매일신문

'YS당 만들기'가속

90년1월 '3당야합'이라는 비난의 소리까지 들었던 3당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이 김종필대표의 대표직사퇴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리고는 당명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다른 대주주없이 사실상 김영삼대통령의 입김만이 작용하는 'YS당'이 출범하게 되는 것이다.시계를 5년전 3당합당때로 되돌려보자. 민정당을 창당했던 전두환전대통령은백담사 유배생활중 3당합당의 소식을 들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그는 착잡한심경에 사로 잡혔다고 한다. 한 측근은 "자신이 만든 정당을 없애버린 3당합당을 지켜보는 심경이 오죽했겠느냐"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그렇다면 90년 당시 막후에서 3당합당을 이끌어낸 합당의 실무주역들은 민자당의 깃발이 내려지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3대주주(노태우, 김영삼, 김종필)를 대신해서 막후의 협상테이블에 앉았던사람은 민정계에서 박철언전의원, 민주계에서 황병태주중국대사, 그리고 공화계에서는 김용환의원등 3인이었다. 그리고 5년뒤의 지금 민자당적을 가진인사는 황대사밖에 없다.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두사람 즉 박전의원과 김의원은 내려지는 민자당의 깃발을 당밖에서 바라보는 심경을 밝혔다. 두사람 다 합당의 전제조건이었던내각제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었다. 합당정신이 내각제약속이 파기된 때 이미 상실됐다는 점에서도 같은 견해를 보였다.

朴전의원은 "이미 통합의 대전제였던 내각제 약속이 짓밟혔으므로 이념적으로 무너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JP의 퇴진을 "당내의 갈등은 예견됐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덧붙여서 당명개칭에 대해 "간판을 바꿔단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며"오히려 집권자 개인의 사당화만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결국 뜻을 못이루고 당의 간판이 내려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휴지가 된 내각제각서를 이르는 말이다. 그는 "합당의 약속이지켜지지 않았지만 내각제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박전의원은 현정권이 집권말기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다고 판단해서 내각제 논의가 출현할 수도 있음을 예견했다.

3당합당 정신의 실종에 대해서는 김의원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지금 민자당의 깃발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다"며 "내각제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이미 민자당의 깃발은 사실상 내려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내각제를거치지 않고는 대의정치 의회민주주의등의 정치복원은 어렵다"고 주장했다.남북관계를 고려하고 평화통일을 염두에 두더라도 북쪽에서 수용가능한 제도는 내각제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김의원은 이어 "이럴때만이 대권과 통치라는 개념이 우리 정치에서 사라지고정권과 정치라는 개념을 복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동관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