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너 자리 노인보다 빨리 식기판을 비운다. 내가 일어서자, 노인이 말한다."식기를 반납 안하면 혼나"
노인의 말에 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밥을 먹고 난 군청색짜리들이 빈 식기판을 들고 간다. 배식구로 나르고 있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도 무릎에 식기판을 얹어 놓고, 두 손으로 발통을 굴린다. 아직도 식사를 하고 있는 군청색짜리들도 많다. 그 꼴들이 가관이다. 손을 제대로 못놀리는 사람이 있다. 입가로 밥풀과 국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 찡그리거나 울며 먹는 사람이 있다.먹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 식기판을 옮기다 수저를 떨어뜨리는 사람이 있다. 신체의 중증 장애자는 숫제 식기판을 옮기지도 못한다. 노경주가 그들의 식기판을 배식구로 나르고 있다. 내가 허기를 면하자, 비로소그런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밥을 먹기 전까지 나는 그들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나는 문으로 걷는다.
"남으라고 했잖아요, 시우씨▒"
나를 부르는 날카로운 소리에 뒤돌아본다. 노경주다. 그녀의 말에 조금 전약속이 생각난다. 나는 칸막이 쪽으로 걷는다. 찰흙색짜리들이 식사를 하고있다. 식사를 마치고 잡담을 하는 치도 있다. 그들 사이에 한종씨와 하마도섞여 있다.
"이쪽으로 와요. 몇마디 더 물을게 있어요"
노경주가 말한다. 나는 안쪽 자리로 들어간다.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미스 노, 허우대가 멀끔하다고 마음에 드셨나봐. 얼핏 보면 정상인데?"중년사내가 커피를 마시며 말한다. 노경주는 대답하지 않는다."경주씨가 연구 대상을 잡았어요. 모르모트(기니 피커)를 실험하듯, 저 치가꽤나 시달림을 당할걸. 서서히 죽이지나 않을까 몰라"
한종씨가 말한다. 국을 떠먹으며 그가 소리내어 웃는다. 거위의 울음소리 같다. 그의 식기판에는 돼지고기 양념무침이 있다. 찰흙색짜리들은 군청색짜리들과 반찬이 다르다.
"시우씨, 태어나서 자란 곳이 어디예요?"
한종씨의 말을 무시하고 노경주가 묻는다. 나는 가만 있다. 여러 사람이 있는데서 나는 더욱 말을 할 수 없다. 목이 꽉 잠긴다. 수도꼭지가 잠기듯, 그무엇이 말문을 막는다. 노경주가 내 얼굴을 빤히 보며 다시 묻는다."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엄마 아버지와 함께 살던 그곳이 어디인지. 집과 차가 많은 도시였어요? 산이 있고 개울이 있는 시골이었어요?"나는 여전히 가만 있다. 그녀가 갑자기 노기를 띤다. 대답을 안하면 저녁 밥을 안주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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