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롭게 뛴다(9)-한국화가 권기철씨

둔중한 느낌의 첼로에 언뜻언뜻 노랑 빨강 파랑의 밝은 빛이 감돈다. 그 첼로를 안고 연주하는 나비넥타이의 남자. 눈을 감은 모습이 조금 고개숙인듯하고 어쩐지 우수에 젖어 있다.한국화가 권기철씨(31)의 첼리스트 라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이 그림은그러나 가슴팍에 그려진-대부분의 작가들이 화면 하단에 조그맣고 조심스레기표하는 서명도 그에게는 화면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의 낙관과 제작연대는 화면 이곳저곳을 떠돌며 관객의 눈을 잡아챈다.-"1 9 9 4" 라는 연노란색 연대표기 아라비아 숫자로 단박 익살스러워진다.

이처럼 그는 유희성을 중시한다. 즐길 수 있는 요소가 가미된 그림이 좋다고생각한다.

하지만 고향 안동의 유가적 가풍속에 자라 서구식 교육을 받은 젊은이로서겪은 정신과 육체,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갈등을 더 많이 다룬다. 지금껏 줄곧 천착해온 주제는 소리 였다. 소재도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색소폰 호른 전자기타같은 서양악기에서부터 장구 북 등 우리 것에 이르기까지소리를 내는 악기를-그 자신은 겨우 기타를 다룰 줄 아는데 그쳤지만-많이다루었다. 악기의 형상화로 구상표현을 맡기고 소리는 색채로 추상화한다는구도이다.

소리-우리시대 가장 소리-천지현황 소리-누드 같은 작품에선 우울한 표정의 남자, 현악기의 공명통에 그려진 음-천지현광 같은 한자, 반쯤 옷을벗은 여자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들에게서 어떤 소리를 듣느냐 하는 것은물론 관객의 몫이다.

경북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탓에 한국화가로 분류되지만 그의 작품들은 이러한 구분을 거부해왔다. 먹은 물론 물감 아크릴 토분 등 각종 재료를 다양하게 쓰고 덧칠과 집적으로 화면을 구성하며 서예까지 구사하는 재주로 자유롭게 화면을 꾸려왔다.

지난 93년 아마도 사상 최연소로 대구시미술대전 초대작가가 됐던 그는 이를 아는 주위의 기대에 다소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의 것을 쉽게 포기하지않는 우직함으로 새 작품경향을 모색하고 있다.

몇몇 소재에 치중해있다는 지적도 받습니다만 지금까지 추구해온 소리 주제에서 무언가 승부를 낼 작정입니다

우리의 고유한 정신에 대한 탐색과 이의 현대화라는 문제를 소리 로 풀어보려는 그의 올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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