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밤만 새고나면 을해년(乙亥年) 설날, 도시화 핵가족의 물결속에서도 예년과 달리 전통과 현대를 조화한 건전한 설을 보내려는 가정이 확산되고 있다.어른 아이 할것없이 한해의 시작인 설날 소망을 빌며 제각기 나름대로의 일년계획을 세우고 차례를 지낸후 때때옷이나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웃어른이나 친지들을 찾아 새해인사를 드리는 것은 우리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민족고유의 미풍양속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고유의 전통양식도 점차 도시화 산업화의 물결속에 퇴색돼 이젠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동심도, 눈썹이 하얗게 셀까봐 섣달 그믐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던 추억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전통놀이문화도 외면, 변질되어 어린이들에겐 제기차기나 널뛰기보다는 TV만화가 더 매력적이고 어른들도 국내외 호텔서 휴양을 겸해 제사를 지내는가하면 제사음식도 주문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게 사실이다.이러한 조류속에서도 우리 고유의 설날을, 갈수록 소원해지고 있는 가족 친척들의 만남의 장으로 승화시키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경산시 하양읍 한사리 팔공산의 한 줄기인 무학산 산기슭에 위치한 최지환씨(67)댁. 전통마을 전통가옥에서 우리의 것을 지켜가고 있다.3백년된 전통가옥 6채가 그대로 보존된 집에서 분가를 마다하는 세아들부부와 손자 손녀들과 함께 조용히 설을 맞이하고 있는데 솟을 대문에다 기와로이은 얕으막한 담을 경계로 6채의 가옥 마당에는 조그마한 정원들이 자리잡고 있어 전통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한달전만해도 부모를 모시고 4대가 한울타리에서 생활한 모범가정으로 최근탈상을 벗은뒤라 얼굴이 수척해 보이는 최씨는 올해는 가능한 많은 일가친척이 모이는 기회가 되는 건전한 설을 보낼 계획. 이에따라 며느리들에겐 예법을 갖춘 제사상을 풍성하게 차리도록 일러뒀고 손자 손녀들에게도 기본적인세배예절을 갖추도록해 손님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숟가락 제기(祭器)하나에도 우리것을 소중히 여기는 최씨집안은 설엔 연로하신 동네 어른들을 찾아 새해 인사를 올려 예를 다하고 있으며 자녀부부나 형제지간에도 맞절을 하도록해 집안 화목을 다지고 있고 새해설계를 듣는 시간도 빠뜨리지 않는다.
최씨는 친지를 방문할때 자신은 물론 자녀들에게도 한복입기를 고집한다. 가능한한 한복차림이 양복보다 예의바르게 보이고 우리고유의 옷을 입어야만예가 저절로 나온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로부터 사랑방문화 속에서 가족간의 화목이 묻어난다는 최씨는 항상 사랑채에 기거하면서 아들부부와의 대화를 아끼지 않고 있어 이번설에 쓸 제기마련에 며느리들의 의사를 존중, 새 제기를 장만했다고 한다.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월촌마을의 우종렬씨(63)집 역시 미수(米壽)를 바라보는 노부와 큰아들부부 손자 등 4대가 한지붕아래 모여 사는 전통가정이다.우씨집안은 예로부터 집안 내력이 담긴 뿌리교육을 으뜸으로 여겨왔다고 한다. 전통양식이 사려져가는 세태속에서도 매년 설날만 되면 차례를 지낸뒤으레 가족이나 친지들을 불러놓고 집안내력을 들려주고 설예절과 우리고유의전통의식을 가르친다.
요즘엔 자신의 근본을 모르는 아이들이 부지기수고 심지어 어른들사이에서도 문중내력을 모르는 사람이 허다한데 전통이 지켜질리가 없지. 뿌리교육이되지 않으면 전통양식은 이어지지않아.
가족의 화목을 소중히여긴다는 우씨집엔 설날이면 윷놀이가 가장 큰 가족놀이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안방에 둘러앉아 가족의 화목을 다지기에는 윷놀이 만한게 없다는 것이다.
또 우리것을 지키기위한 방안으로 매년 설날에 가족회의를 열어 새해 새설계와 더불어 전통양식을 하나씩 가르치고 있는데 올해는 올바른 제사상 차리기를 가르칠 방침이다.
우씨는 핵가족화로 우리고유의 명절풍속이 점차 사라져 안타깝다 며 명절만이라도 한자리에 모여 예를 실천, 우리의 미풍양속은 지켜나가야 한다 고말한다.
아름다운 세시풍속이 유난히 많이 얽혀있고 어른들에겐 여전히 가슴어린 즐거움으로 기억되는 향수의 명절인 설, 이번설엔 고스톱 가족나들이 여행에밀려 사라지고 있는 제기차기 널뛰기 집돌이 등 우리고유의 풍속을 이웃친척들과 함께 즐기며 인정을 나누는 만남의 장이 되게 해보는 것도 좋을것이다.대구향교 재단이사장 우억기씨는 윷놀이보단 고스톱이, 친지들간의 대화보단 여행이 판을 치는 세태속에 미풍양속이 점차 밀려나고있다 며 외색에 밀려사라져가는 고유의 미풍양속을 재점검, 조상의 얼을 되살려야 한다 고 아쉬워했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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