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표지기사-액운보내고 소망담아 "훨훨" ...연

푸른하늘 드높이 연을 솟구치며 해묵은 때와 액운을 날려보내고 새해의 밝은소망을 가득 실어보자.예부터 우리 젊은이들의 옹골찬 기상을 나타내온 대표적 정초 세시풍속놀이였던 연날리기, 하늘을 날고픈 꿈을 바람에 싣고 연을 따라 창공에 떠오르면온갖잡된 마음을 잊고 호연지기를 기를수 있다.

올 설에는 연을 날려보자. 얼레에 감긴 실을 풀었다 감았다 하면서 하늘에서너울거리는 연을 바라보며 동심을 가꾸던 어린시절, 30대 중반 이상만돼도이같은 추억은 연줄이 끊기면서 쪽빛 하늘속으로 아스라히 멀어져가던 연처럼 기억 한모퉁이로 되살아 난다.

차례를 지내고 마을 어른들께 새배돌이를 마치면,바람부는 고향마을 앞 둔덕에서 자녀들의 고사리손을 잡고 오랜만에 연을 날려보는 것도 한껏 보람있는설보내기가 될 것이다.

물질문명에 찌든 삭막한 도시인들의 가슴에 연에 깃든 조상들의 지혜와 아름다운 마음을 되새겨보고,전자오락에나 홀려서는 안될 아이들의 먹머루빛 눈망울엔시리도록 짙푸른 고향하늘을 함빡 담게하자.

연날리기는 원래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가 제철이다.우리와 같은농경민족에게는 이기간이 농한기이기도 했지만 이때가 연중 바람이 가장 세고 연을 띄우는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었다.

연은 날리는 멋도 뛰어나지만 자녀들과 두런두런 새해 덕담을 나누며 함께만드는 묘미 또한 빼놓을수 없다.

한지 대나무 실 칼 얼레등 간단한 재료만으로 집안에서 수월하게 만들수 있다. 40-50대 가장이라면 어릴때 기억만으로도 방패연이나 가오리연 정도는너끈히 만들수 있으며, 3대가 한데 어울어져 만들다보면 연에 어린 우리의얼과 조상의 소박한 예술성마저 느낄수 있다.

요즈음은 학교앞 문방구나 주택가 구멍가게에서도 제작된 연이나 한지 연살연실등 재료를 얼마든지 구입할수도 있다.

대표적인 우리 전통연은 방패연으로 직사각형 가운데 구멍이 뚫려 바람이 세도 잘뜨며 힘이 좋다.어린이들은 오히려 마름모꼴에 꼬리가 긴 가오리연을더 즐기기도 한다.

해방된지 반세기를 맞아 더욱 뜻깊은 올 설, 60년이 넘도록 오로지 연 제작과 보급에만 힘써온 김대승옹(80.대구시달서구본동 전통비연연구소)은 "민족혼을짓밟기위한 일제의 탄압으로 제모습을 잃어왔던 음력설이 이제는 온전한민족의 대명절로 자리잡은 만큼, 설 전후에 성행했던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인 연날리기도 마땅히 되살아나야 할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글 :조향래 기자

사진:이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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