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기업 쥐꼬리 지역투자 실태

"대기업들에게 대구·경북은 단순 상품판매시장에 불과한가" 민선자치단체장 시대는 지방의 역할을 강조하는 시대, 지방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하는시대이기도 하다.그러나 지방의 '홀로서기'를 위해서는 자치단체와 지역의 기업뿐 아니라대기업의 관심이 절실하다. 특히 대구·경북처럼 자치단체의 가용재원이 부족, 고속철도 역세권 개발, 도로개설등 각종 사업을 민자유치할 방침으로 있어 대기업의 지역에 대한 투자가 어느때 보다 긴요한 시점이다.이같은 여건 변화로 특히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요구는 높으나 지역에 진출해 있는 유수의 대기업들은 아직 변화에의 적응이 더딘 경우가 많아 여론의드센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지역금융기관에서 조성된 연간 22조원정도의 자금중 30%가 넘는 8조원 가량이 중앙으로 역류되고 있다는 분석이고 보면 이들 대기업 모두 '지역재투자를 통한 소비재 창출'이라는 신경영의식이 요구되고 있다.삼성그룹은 타기업에 비해 대구·경북에의 투자가 많지만 지역민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해 대구·경북의 삼성이란 완벽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성서공단에 상용자동차 공장을 세우고 구제일모직 부지에 업무단지를 추진하는 것이 대구·경북 투자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전자등 계열사 대부분은 여전히 대구·경북에 상품만 팔고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

현대그룹은 울산에 이어 전남에 제2현대타운, 부산에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는등 투자폭을 넓히고 있지만 대구·경북에 대한 투자는 신통치 않다. 현대자동차만 해도 대구·경북시장 점유비가 55%대를 꾸준히 유지, 기아 대우를누르고 있는데 지역밀착도는 꼴찌. 자동차 부품업체의 납품비율이 60% 정도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내세울 수도 있으나 납품업체에 군림하는 측면이 강해 부작용도 크다. 부품납품업체이던 만도기계를 합병한 것이군림의 좋은 예.

대우그룹은 대우아트홀을 무료로 운영하고 구국세청 부지에 사옥을 짓는등최근 지방화에 눈돌리고 있으나 걸음마 단계. 다만 김준성 그룹부회장이 포항에 들러 자동차부품공장 터를 요청하는등 지역차별화를 꾀하는 몸짓을 보여 향후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올부터 독립채산제를 도입하고 김천에 3만5천평 규모의 오토트랜스미션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등 최근 대구·경북에 눈돌리고 있는 기업으로 꼽히나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먼 상태. 이외에 대한교육보험등 보험사와 유공 호남정유등 정유사, 진로 동양맥주 조선맥주등 주류제조사 등도 상품 팔아먹기에만 정신이 팔려 지역 투자는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유통망만 짜놓고 서울에서 광고만 열심히 하면 제품은 저절로 팔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여건이 변한만큼 이같은 대기업들도 지역차별화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이익을 낸만큼 지역에 되돌려 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방화의 진전에 따라 지역에 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마냥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일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지역 상공인들은 "민선단체장시대부터는 각 기업의 성의에 따라 시장 판도가 재편될 것"이라 공통 반응하고 있는 것도 이런 비판여론 맥락으로 볼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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