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FP 기자 평양방문기

북한의 김정일은 지난 28일 인민군 고위간부 6천여명으로부터 자신에 대한충성과 지지의 맹세를 받음으로써 김일성 사망후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권력승계 과정의 중요한 지점을 통과했다.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일이 조선인민군 간부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 기념행사장 중앙 연단에 앉아있는 사진을 1면 머리에실었다.

북한 TV들도 앞서 28일 열린 이 기념행사에서 김이 훈장으로 가득채워진 군복을 입은 인민군 장교들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길게 방영했다.김과 악수를 나누는 장교들은 모두가 김정일과 지난해 7월 사망한 그의 아버지 김일성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다.

김정일의 이름이 전면에 새겨진 대형 강당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는 TV를 통해 떠나갈듯한 박수갈채와 열광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었다.외부세계에서는 김정일의 완만한 권력승계작업이 김정일의 지도력에 관한 문제 때문인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북한 관리들의 설명은 다르다.평양에서 만난 한 북한 관리는 권력승계작업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아버지인김일성에 대한 아들 김정일의 존경심과 '정치적 안정'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서방세계는 아시아의 전통을 이해못한다"면서"아들은 아버지에 무한한 존경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그는 "서방세계에서 권력승계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되는 것은바로 우리가 그처럼 한없는 경의를 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특히 북한의 정치적 상황이 매우 안정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권력승계작업을 그같은 방향으로 진행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지난해 7월 사망한 '위대한 수령이며 대원수'인 김일성은 아직도 주민의대화자리에서 떠나지않고 있으며 그칠줄 모르는 경배의 대상이다.평양시를 압도하듯 우뚝 솟은 김일성의 대형 동상은 이같은 김일성 추모 분위기가 집약되는 곳이다.

30일 오후에도 영하의 날씨를 헤치고 수천명의 참배객들이 이곳을 찾았다.참배행사는 일사불란하게 진행된다. 동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른 뒤 참배객들은 가져온 조화를 놓으라는 말을 듣는다. 행사를 진행하는 요원은 마이크로 김일성의 이름과 그 이름앞에 붙여지던 칭호를 외치면서 참배객에게 절을올리라고 한다.

그런 뒤 다른 참배객들을 위해 주위를 깨끗이 치우고 돌아가라고 말한다.물론 요즘 김의 동상 주변이 김일성 사망 직후처럼 온통 오열과 통곡의 도가니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성 참배객들은 간간이 흐느끼며 얼굴이 눈물로 뒤덮인다.

동상을 찾는 이들은 주로 공장, 마을, 학교 등의 단체 참배객들이다. 혼자오는 경우는 드문 편이며 하루 참배객은 3만~4만명선이다.

김일성 사망 2백일째인 지난달 24일 하룻동안에는 2백만명의 참배객이 다녀간 것으로 관영 중앙통신은 전했다.

김일성의 대형 사진과 초상화는 평양 시가지 곳곳에서 볼수 있다. 김정일의모습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각자의 지위에 따라 다른모양의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으며 아직 김정일의 배지 역시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러나 관공서 건물에 들어가면 북한에서 진행되는 조용한 권력승계작업의조짐을 감지할 수 있다.

중앙통신 건물이나 북한이 외국인들에게 항상 공개하는 모란봉 제1학교에 들어서면 여명속에 포옹하고 있는 김일성과 김정일부자의 새로운 프레스코화가방문객을 맞는다. 사무실이나 교실에는 이들 김부자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외국 언론인들과 방문객들을 위해 초급학교 어린이들이 보여주는 환영행사에서도 이처럼 '자연스런'권력승계작업의 일면이 엿보인다.기념 공연은 김일성을 찬양하는 시와 노래로 시작되며 어린이들은 마치 폭포수 흐르듯 눈물을 흘린다. 잠시후 김정일을 찬양하는 웃음, 춤, 노래가 어우러지 면서환희속에 공연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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