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롭게 뛴다-"초기기법탈피 초서·금문으로'일가'도전"

92년 두번째 개인전에서 "그의 작품이 서예인지 회화인지는 누구도 단언할수 없지만 단순한 시도나 치기어린 파격이라 부르는 것은 진부하거나 잘못됐다"는 평(계명대 박일우교수)을 얻었고, 이태 뒤 3회 개인전에서 "왕희지안진경이란 테두리를 벗어나 남들이 몰라주는 이상한 글씨꼴로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아 맨다"는 평가(서예평론가 정충락씨)를 받았던 서예가 석용진씨(37). 초창기 알아보기 힘든 글꼴들과 노랑 빨강 파랑색이 선명한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 충격적 글자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제 초서와 금문만으로현대서예의 일가를 이루는데 도전하고 있다. "금문은 문자의 상형성이 가장잘 나타나 있는 문체이고 선의 동세를 표현하는 데에는 초서만큼 적합한 것이 없다고 봅니다" 일사는 -호를 짓고 서로 부르는 서단의 관행을 좇아 옥연 일사 불지헌이란그의 아호중 사람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것으로 불러본다-또 지금까지삼베 도자 따위에 아크릴 토분 철사등으로 써온 초기 소재의다양함을 벗어나 화선지와 먹에 집중하고 있다. 자주 등장했던 화면 분할과물감도 없앴다. 색깔을 쓰니까 그림과의 구분이 애매해서 추상회화와 비슷한느낌이 드는데다 서예가 갖고있는 일회성-붓을 한번 대서 단번에 써내려가는시간예술적 측면-을 무시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라는게 이유다. 실험성을 아주 도외시한건 아니어서 지난해부터 붓의 털 하나에 따로 진한 먹을 묻혀 쓰는 독특한 기법을 도입했다. 초서의 힘찬 맛을 한층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에서이다. 일사는 첫 작품을 내놓았을 때 미술대학 출신이어서 정통서예를 쓸줄 몰라 제멋대로 쓴다는 말까지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이 비난은 얼마쯤 맞지만 옳은건 아니었다. 영남대 사범대 회화과를 졸업했으므로 비전공인이지만 89년 한국서예협회가 주최한 제1회대한민국서예대전에서 강희맹의 한시를예서 목간체로 쓴 정통서예로 대상까지 받았으므로. 그럼에도 여전한 서단일각의 이같은 시선을 잘 알고있는 그가 올해 얼마의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일사는 올 6월 네번째 개인전을 여는한편 내년쯤 서울에서 전시회를가질 계획에 분주하다. 〈이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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