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둑산책-프로기사의수입하

이제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프로기사가 되면 얼마나 잘살 수 있느냐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보자. 언젠가도 한번 말한 바 있지만 프로는 이른바 '토너먼트 프로'와 '레슨프로'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대회에 나가 바둑을두어 대국료만으로 생활하는 기사이고 후자는 지도나 강의로 수입을 올리는기사를 말한다. 전자는 대부분 성적이 좋고(좋아야하고) 후자는 성적은 별로이다(별로일 수밖에 없다).토너먼트 기사로서 평균 사회인과 같은 정도의 생활을 하려면 랭킹 20위 안에는 들어야 한다. 그것이 연봉 3천만원 수준이다. 여기에는 공식대국료와기업체 지도사범으로 받는 월정 급여가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84년 대우그룹김우중회장이 한국기원 총재로 부임하면서 50~60명의 프로기사가 국내 유수의 기업체의 바둑부 지도사범으로 위촉이 되어 현재도 회사로부터 월정 급여를 받고 있다.

어쨌거나 프로기사가 되어 공식기전에서의 대국성적이 20위권 안에 들면 중산층의 생활을 할수 있다는 얘기이다. 전체 프로기사 가운데 6분의1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나머지는 그러면 중산층 이하의 생활을 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레슨 프로'들도 요즘은 '바둑시장'이 예전과는 비교가안되게 넓고 다양해져서 각자 하기에 따라서는 토너먼트 프로 못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고 또 올리고 있다.

여기까지를 합하면 전체 숫자의 3분의2나 6분의5쯤이 된다. 그러니까 이제는우리나라에서도 프로기사가 되었는데도 생활이 잘 안된다고 하는 경우는 드문 것이다.

이것은 물론 국민전체의 생활수준이 향상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바둑이 다른분야에 비해 성장·발전 속도의 폭이 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그리고 바둑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국가적 사회적으로 보호·육성될 분야라는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일본의 프로(프로야구나 프로바둑 등)들은 세금 때문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수입의 약 40%를 빼앗긴다고 한다. 조치훈 9단의 경우 전성기를 구가하던 80년대 초반에는 수입의 60%까지를 세금으로 물었다고 한다. 그 무렵조9단은 고육지책으로 집앞에 '기원겸 바둑연구실'을 차렸는데 물론 형편없는 적자였다. 그래도 그렇게 적자를 보면서 '손비처리'를 받는 것이 세금을60% 내는 것보다는 나았다는 것이다. 끝으로 한가지. 토너먼트프로와 레슨프로가 구별이 된다고는 했지만, 아무래도 성적이 좋아야 팬들에게 인기가 올라가 '레슨'요청도 많이 들어오는 법. 실력만이 말을 하는 프로세계에서 빈익빈부익부의 현상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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