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엄마일기-형제계

버스안에서 한 건장한 청년이 삼십대 아주머니의 발등을 꾹 밟고도 고개만까딱할뿐 미안하다는 인사 한마디없이 태연히 창밖만 내다봤다. 너무도 아픈데다 청년의 뻔뻔한 행동에 화가 난 아주머니, 신경질적으로 한마디하고는버스에서 내려 절룩거리며 고모와의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아까의 그 청년도거기 와 있었다. 별일이야 싶어 한번 더 째려본후 마침 고모가 오길래 '고모!'하고 부르는데 거의 동시에 청년도 '이모!'하고 부르더란다. 순간 아주머니와 청년은 눈길이 마주쳤고 두사람 모두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나. 고종사촌을 서로 몰라본 사실이 너무도 부끄러워진 두 사람은 그 사건을계기로 8남매 형제계를 만들었고 10년을 이어온다고 한다. 바로 내 친구의이야기이다. 매년 이맘때면 각지에 흩어져 사는 형제자매가 순서가 된 형제의 집으로 모이면 각자의 식솔들을 포함해 삼십명은 족히 넘는 모임이 된다는 친구의 말이 외동딸인 내게는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설연휴동안엔 많지 않은 아이들 앞세우고 오촌, 육촌 등 가까운 친척들의 얼굴을 익혀주는데 신경을 썼다. 조상들이 남긴 삶의 자취들을 보여주고 들려줌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것도 훌륭한 산 교육이 아닌가싶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방학때도 이 학원 다니랴, 저 학원 다니랴 바쁘기만 해서 자연 친척간에 왕래가 없으니 도무지 가까운 친척형제간에도 얼굴을 모르고 지낸다. 어쩌면 차안에서, 길에서 얼굴모르는 친척들끼리 멱살잡고 싸울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때 뭔가 달라져야하지 않을까 싶다.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에 내 부모가, 친척들이 챙겨준 크고 작은 짐보따리에 담긴 의미를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알게됐으면….신기옥(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호반아파트 101동 1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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