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자 당직개편 의미

김영삼대통령정부 출범이후 2년간 지속돼온 김종필대표 체제의 민자당이 막을 내리고 이춘구대표 체제의, 세계화를 내건 민자당이 8일 주요당직에 대한인선작업을 마무리함으로써 식정 출범했다.이춘구대표-김덕용총장 체제로 특징지어지는 이번 민자당의 당직인선은 몇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갖는다.

이날 당직개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김덕용의원의 사무총장 기용이다. 당무를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4대 지방선거에서 당의 조직과 돈을 책임지는 당서열 4위의 총장에 불과 재선밖에 안된 민주계실세, 김의원을 기용한 점은 다시 한번 '결국은 믿을 사람은 측근밖에 없다'는 김영삼정부 출범이후의 관행은 불변이라는 점을 입증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총장이 지난 연말 중단없는 개혁을 강조한 발언이 당내에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불과 두달도 지나지 않아 중책에 기용된 데서"실세는 죽지 않고, 다만 잠시 쉴뿐"이라는 후평을 받을 만한다.

김총장의 기용은 또한 세대교체라는 김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밝힌 과제를실현시키기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의미도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당직자의 연소화도 세대교체라는 점에서는 눈에 띄는 부분이다. 국회의원 선수에 있어서도 4선이상의 '중'진이 기용되던 경향을 과감히 탈피, 3선급 이하의 '중'진들로 기용한 것 또한 세대교체 방침과 궤를 같이하는 부분으로보인다.

물론 김윤환이라는, 당내 무시할수 없는 실세 중진이 당4역 가운데 하나인정무장관직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을 이질적인 요소로 지적할수도 있다. 정무장관이라는 자리가 각료의 한 사람이라는 점과 그리고 대구.경북민심을 고려할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세대교체라는 의미는 퇴색될수 없는부분이다. 그 이면에는 김장관(4선)과 이한동원내총무(4선), 최형우전내무장관(4선)등 당내 중진급의원들이 이대표(4선)의 기용과 당직의 연소화로 갑작스레 원로대접을 받게되는 어색함도 있음은 물론이다.

반면 이 세대교체라는 대실험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다시 중진들을 전면에재배치할 공산도 없지는 않다.

또 민정계의 대거 기용도 주목할 만하다. 총장을 제외한 다른 주요당직에 전부 민정계가 기용된 점이나 지역적으로 반민자기류가 비교적 강하다는 곳 출신인사들을 중용한 점에서 지방선거를 의식한 인선이라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소외감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민정계의원들이 김전대표의 신당창당에 동요를 일으킬 수도 있는 상황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에 다름 아니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점은 이번 민자당 당직개편으로 김대통령의 직할체제가 구축됐다는 부분이다. 다가오는 6월의 4대지방선거는 물론 당의 세계화추진에 대해서도 김대통령의 당에 대한 장악력은 훨씬 더 높아지게 됐다. 더구나 실무진을 중하위 당직도 아닌 고위당직에 기용한 점을 보더라도 당의자율성보다는 선거에 임해야 할 당운영의 효율성에 더욱 중점을 둔 것으로보인다.

결국 이번 이춘구대표-김덕룡사무총장 체제의 민자당직 전면개편은 실세는여전히 실세라는 점을 입증한 것이기도 하고 민정계가 당내 다수파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다. 물론 전자에 더 큰비중이 실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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