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노모와 아들

본사를 서울에 둔 금융기관의 지점장인 내 친구는 실로 오랜만에 고향땅에서보람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친구는 가족을 서울에 두고 혼자 내려와 있다. 오십이 다 돼가는 나이에 혼자 내려와 있으면 불편할 것도 같은데 마냥 즐겁기만 하다.직장에서 제공하는 시내 사택도 마다하고 승용차로 한시간 반씩 걸리는 대구인근의 시골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남들은 물좋고 공기좋은 전원생활이라도하는가보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그게 아니다. 거기에는 여든이 넘은 그의 노모가 혼자 계시는 것이다. 여러번 서울로 모셨지만 번번이 감옥같은 서울의 아파트가 싫다고 내려가셨다 한다.

워낙 고령이라 아들 수발로 고생시켜드릴까봐 많은 걱정을 하면서 노모밑에서 출퇴근 한지 일년, 매우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노모에게서 먼저 변화가 왔다. 조석으로 식사준비, 아들의 옷가지 빨래등으로 일이 많아졌음에도모친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들은 더 온화하고 맑은 표정을 갖게된 것이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엉엉 소리내 울 수 있을 것 같다 고 말한친구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면도후 별 생각없이 밀크로션을 바르는데 옆에서 보고계시던 어머니가 어디서 들었는지 면도후에는 물화장품(스킨로션)이 좋다면서 자꾸 물화장품을 써라고 하시더란다. 밀크로션을 바른 위에 어머니가 권하시는 물화장품을 다시 바르는데 화장품이 눈에 들어갔는지 눈시울이 젖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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