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32)

종업원이 노경주와 나를 안내한다. 삼층으로 올라간다. 방문을 열어준다. 종업원이 형광등을 켠다. 큰 침대가 눈에 띈다. 침대 옆 작은 탁자에 스탠드와전화기가 있다. 노경주가 문을 닫는다. 손잡이의 볼록한 부분을 누른다. 핸드백과 목도리를 침대에다 던진다. 털썩 앉아 다리를 뻗는다."걸었더니, 피곤해요"노경주가 청바지의 종아리를 주무른다. 그녀가 나를 올려다 본다."왜 서 있어요. 앉지 않구"

나는 침대에 기대어 앉는다. 노경주가 전화통 쪽으로 기어간다. 팽팽한 엉덩이가 동그랗다. 한쪽 살색 양말 뒷굽에 구멍이 나있다. 그녀가 송수화기를집어든다.

"소주 한 병하구, 땅콩, 맥주요? 맥주말구 소주로. 아래층 식당에 소주가있을게 아녜요"

노경주가 송수화기를 놓는다. 나는 창을 보고 있다. 바깥은 깜깜하다. 유리창에 눈가루가 하루살이처럼 부딪친다.

"참, 시우씨 목욕 자주 안하지요?"

노경주가 내 발을 본다. 맨발이 꺼멓다. 나는 목욕을 자주 하지 않았다. 업소에 있을 때는 정말 목욕을 안했다. 기요가 사우나를 가자하면, 나는 헬스클럽에 놀았다. 내 알몸을 남앞에 보이기가 부끄러웠다. 흥부식당에서는 더러 목욕을 했다. 인희엄마가 목욕탕 앞까지 나를 끌고 갔다. 그네는 내 탕값까지 치렀다. 나를 남탕에다 밀어넣었다. 자기는 여탕으로 들어갔다.노경주가 내 팔을 끈다. 목욕탕 문을 연다. 불을 켜준다.

"안으로 들어가요. 옷벗어 저기 얹구, 저걸로 샤워를 해요. 시우씨한테 이상한 냄새가 나요. 빨간 꼭지는 더운물, 푸른 꼭지는 찬물. 섞어서 씻어요.저기 수건 있네. 양치질두 하구"

노경주가 여러 말을 하고 문을 닫는다. 나는 그 말을 다 외울 수가 없다. 옆방에서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남자 목소리도 난다. 물 트는 소리가 쏟아진다. 나는 옷을 벗는다. 파카를 벗고 긴목셔츠를 벗는다. 인희엄마가 사준 내복도 벗는다. 빨간 수도꼭지를 털다 뜨거워 혼이 난적이 있다. 나는 파란 수도 꼭지를 튼다. 아래로 물이 쏟아진다. 높이 걸린 샤워기에서는 물이나오지 않는다. 그쪽에 물이 나오게 하는 방법을 알 수 없다. 나는 플라스틱대야에 물을 받는다. 머리를 감는다. 찬물이 시원한데, 춥다. 찬물을 그냥몸에 붓는다. 비누가 눈에 띈다. 비누칠을 한다. 바깥에 문따는 소리가 들린다. 노경주가 무슨 말을 한다. 몸에 때가 밀리지 않는다. 빨간 수도꼭지를틀까 하다가, 그만 둔다. 발은 정성들여 씻는다.

"샤워를 뭘 그렇게 오래해요"

바깥에서 노경주가 외친다. 나는 얼른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는다. 선반에얹어둔 옷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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