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JP창당선언 배경과 진로

김종필전민자당대표가 9일 자신이 창당의 한 주역인 민자당을 떠났다. 그리고 당을 떠나는 마당에 김영삼대통령과의 관계도 청산됐음을 선언했다. 그는자신이 창업주주이기도 한 민자당을 떠나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김전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민자당 탈당과 신당창당 기자회견에서 "35년에 걸친 정치역정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됐다"고했다.

61년 5.16을 기획하고 2인자로 자리매김한 이후 항상 여권주변을 맴돌았고1인자의 자리를 좀처럼 넘보지 않았던 그로서는 여당의 품속을 떠나 야당의길을 걷는다는 것이 힘든 결정이었음에 틀림없다.

물론 JP가 87년 대선이후 90년 3당합당까지 잠시 야당의 길을 걸었던 것은사실이지만 그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 지금 야당의 길을 가겠다는 그의 독자노선 선언은 정면으로 김대통령을 겨냥한'승부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회견문에서 민자당을 떠나게 된 이유로 "3당합당의 정신이무산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3당합당은 극의 정치가 아니라 화의 정치를 하자는 것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 의원내각제를 추진하자는 약속이 있었으나 지금 민자당에는 그것이 유린되고 파기됐으며 회복될 가능성도 없어졌다"고 부연했다.

그는 자신이 만들려고 하는 정당의 기본 정책을 의원내각제로 삼았다. 현정부는 국민으로 하여금 터무니없는 기대감을 부풀렸다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이런 난점들의 근원이 모두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중심제의 폐단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사람이 없는 권력은 폭력이고철학이 없는 권력정치의 귀결은 파탄'이라고 규정, 현정부의 정책수행능력부재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김전대표는 이같은 혼란을 막을 방도로 의원내각제를 실시, "권력의 과도한집중과 전횡의 위험성을 제도적으로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각제를내걸었던 3당합당 초기로 돌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전대표는 그러나 새로이 만들어질 신당의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측근들에 따르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 김전대표가 신당의 얼굴로 활약할 것임을 확인했다. 그들은 어차피 김전대표가 중심이 되고 있는 만큼 적어도 지방선거를 치르기까지는 그가 당의얼굴로서 당을 진두지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추진위의 생각이다.신당은 김전대표의 탈당과 신당창당 선언으로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돼오던창당작업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안에 창당발기인대회를 치른뒤 이미 동참한 인사들을 주력으로 3월중 창당대회를 치를 전망이다. '선창당 후영입'이라는 원칙은 이미 섰다고 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신당 위상 정립은 지방선거 이후에나 기대하고 있다. 당장의 눈에 보이는 세보다는 6월지방선거에서 몇개지역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신당의 운명에 더 중요하다는판단에서다. 적어도 JP의 아성인 대전 통초포대구에서 민자당을 이기고 강원도를 건진다면 최대의 성과라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신당은 승부처를 지방선거로 보고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전략이다.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권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는 형식이 돼버린 김전대표의 신당창당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여권의 신당바람 차단작업과 지역성 인적자원의 한계성등 앞으로 넘어야할 고비들이 너무 많이 있다는 것이공통된 지적이다.

〈이동관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