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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뛴다(18)-사진작가 최주억씨

흑백보다 더 선명한 명암대비로 컬러인데도 흑백사진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빛과 그림자의 교차. 그 속에 숨어 빛나는 현란한 색채. 이때문에 사진에 물감을 칠하느냐는 얘기도 들을만큼 최주억씨(36)의 작품은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다."빛과의 싸움"(민족사진작가협회 의장 홍순태)이라는 평이나 "광각을 선호한 그 화면의 구성이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만큼 독특하다"(돈보스꼬예술학교 교수 차용부)는 얘기도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말하고자 하는 생각은 더 뚜렷하다.

지난 91년 SHADOW 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그는 줄곧 발전하는현대문명 속에서 나날이 소외돼 가는 인간군상을 즐겨 다뤘다. "90년 대한민국 사진전람회에서 북소리 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받았는데 한달간 해외촬영연수를 지원해주는 특전이 있었습니다. 그때 다녀온 스페인 여행에서 노인이나 실업자문제 같은 것을 보았지요"

그는 문명이라는 빛과 현대인의 고독이라는 그림자를 분명히 살리기 위해 형태를 단순화하고 명암을 대비하는 기법을 썼다.

이같은 주제와 방법론은 뉴욕 등 미국 동부 대도시를 해부한 93년 두번째 개인전이나 미국 옐로스톤지대를 담은 지난해 세번째 전시회에서도 일관되게유지됐다.

비록 도시에서 자연으로 피사체를 바꾸긴 했으나 자연 훼손에 대한 비평적시각으로 여전한 주제의식을 보여줬던 지난해 전시회는 4m80cm×2m40cm라는,벽 한면을 채울만큼의 초대형 작품으로 색다른 화제를낳기도했다."SHADOW 3-완결편이라는 이름으로 브라질 리우축제를 소재로 삼아 축제의광란 끝에 오는 인간성 상실문제를 다루고 싶습니다. 그 다음에는 예전에 자주 썼던 흑백필름으로 국내지역을 돌아보는 작업을 할 계획이고요"82년 순전히 취미로 사진을 시작했다가 이젠 사진의 프로화 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반해 일부러 한국사진작가협회를 탈퇴해 민사협(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사진가협의회)에 가입할만큼 철저한 프로사진작가로 변신한 그. 체계적으로 사진을 공부하고싶어 서른이 넘은 나이에 뒤늦게 대학에 갔던 그가 최근 성서택지개발지구에 새로 마련한 작업실에서 어떤 작품을 만들어 보여줄지 기다리는 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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