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박진용 사회2부장-------세계화의 조건

인류는 3초공간에 산다고 한다. 교통·통신을 기준으로 할때 원시시대의 3초공간은 목소리 도달거리인 반경 1㎞였다. 3초공간은 자신의 생활권이자 타인과의 교류권이다. 전화·전신기의 발명으로 3초공간은 급격히 확대되고 지금에 와서는 세계가 이공간 속으로 압축됐다.*세계는 3초공간*

우리나라도 근년들어 본격적인 세계화 무드를 타고 있다. 해외여행 자유화조치 이전인 87년 73만명이던 해외여행자수가 7년새 4배가 넘는 3백만명(94년)으로 늘어날만큼 교류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GNP기준 세계12강국에 걸맞은위상과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부담없이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세계화 방안의 하나로 지난 13일부터 한달 이내의 단기해외여행 기본경비 상한액을 종전 5천달러에서 1만달러로 증액시켰다. 뿐만 아니라 97년부터는 상한액 제도 자체를 폐지할 방침이라는 설명이다.

*해외여행경비 확대*

해외경비 상한액 증액은 현실적 의미보다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폐쇄적 외환운용으로 선진외국과의 통상교섭시 심심찮게 꼬투리를 잡혀왔다. 대부분 국가가 상한액 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불완전하긴 하지만 이번 조치로 어느 정도 방어벽을 갖추게 됐다.상한액 자유화 조치는 실질적인 외화유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크게작용했다. 재경원 집계에 의하면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된 89년의 여행자 1인당 달러교환액은 1천9백달러였으나 해마다 금액이 줄어들어 지난해는 1천3백50달러로 낮아졌다는 것. 이로 미루어 상한액을 높여도 소지액은 종전 수준일 것이라는게 재경원의 기대사항이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자율성과 의식수준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경제력 믿을만 하나*

이런 긍정적 상황에도 불구 이번 조치는 일말의 불안감을 던져주는게 사실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막연한 과신풍조를 키워놓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실제로 우리나라의 총외채 규모는 지난해 11월 5백42억달러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 여행자 증가로 외화 총지출액은 폭증하고 있는 실정이며 여행수지 또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가지 간과해서 안될 점은 외화지출액이 크든 적든 그 소비행태가 건전하지 못하면 해외여행 경비가 '세계화 비용'아닌 '과소비 비용'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부유층의 무절제한 소비벽이 일반인들의 낭비풍조를 선도하고 서민들의 생활의욕까지 짓밟는 폐해가 우려 되는게 사실이다.

*낭비풍조 선도우려*

정부는 세계화의 당위성이 커지는 만큼 국민의식의 세계화를 도모할 수 있는대책제시를 선행 시켜야 할것이다. 그것은 곧 우리국민의 문화능력을 키우는일이다. 한국적 전통과 의식을 세계화시켜 문화적 자존심을 갖추는 작업이시급하다는 말이다. 돈을 쓰는 능력 또한 문화능력에 좌우된다. 아무나 제대로 돈을 쓸수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물질적 소유본능에서 허우적대는한 우리는 결코 선진국 대열에 끼일 수 없다. 경제능력 1만달러에 걸맞는문화능력 1만달러가 뒷받침 돼야 세계화는 참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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