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안은 휴지인가.각종 분쟁의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휴전안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거나휴전 수시간만에 전투가 재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는 휴전을 대안없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체첸-러시아 전투가 그렇고 페루-에콰도르전이 최근의 좋은 본보기다.
13일 아나톨리 쿨리코프 체첸주둔 러시아사령관과 아슬란 마스카도프체첸군사령관은 5시간동안의 휴전회담을 갖고 이튿날인 14일부터 모든 군사행동을중지하고 중화기와 공습의 중단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휴전이 발효된 이날 러시아군은 그로즈니남부에 대한 포격을 재개했으며 이에 체첸군은 로켓포 공격으로 맞서는등 휴전안이 백지로 돌아갔다.러시아는 지난 12월 전투가 시작된 이래 두번에 걸쳐 휴전안을 부정했다. 지난달 10일에는 48시간의 일방적인 휴전을 선언했다가 불과 2시간만에 이를깨고 30초당 1발의 대대적인 포격을 가해 휴전을 가장한 '속임수'가 아니었나하는 비난을 받았다.
이번 휴전안의 경우도 양측군 사령관의 '대안없는' 휴전이라 전투재개의우려는 높았었다. 특히 최고당사자인 조하르 두다예프 체첸대통령과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기에 더욱 그랬다.이같이 '대안'없이 정책적 차원에서 이용된 휴전의 또다른 예는 에콰도르와 페루의 국경분쟁.
13일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대통령은 TV연설을 통해 일방적인 휴전을 선언했다. 여기에 에콰도르측도 공격을 받지 않는한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고휴전선언을 수락했다. 그러나 양군은 휴전이 발효된지 불과 1시간 30분만에전투를 재개했다. 선제공격을 않겠다던 에콰도르는 이날 페루군이 장악한 티윈자고지를 향해 집중포격을 가했으며 페루군은 '안전을 위해 적절한 입장을 취한다'면서 이에 응사했다.
42년 체결된 국경협정의 보증국인 미국등 4개국을 초청해 놓은 상태에서 다소 무책임한 휴전선언이 아니었나 하는 비난도 일고 있다. 국제 감시단을 이용해 효과적인 휴전을 이끌어 낼수 있었다는 것.
후지모리대통령은 휴전선언을 통해 국제적인 입장을 다진것으로 분석된다.국경문제를 두고 이웃 국가가 싸운다는 것은 국제적인 위상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는 양국으로서는 '체면'이 깎이는 입장이다.
어차피 자존심 싸움이기에 적당한 선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담장싸움'.그럴것이라면 일찍 휴전을 선언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체면' 세우는일인 것이다.
후지모리대통령은 14일 휴전을 자축하면서 대통령궁에 몰려든 인파들의 환호에 답하는등 이런 전략을 최대한 살렸다. 그렇게 본다면 에콰도르는 페루의휴전안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는 형편.결국 휴지조각이 되고만 휴전안과는 별개로 전투는 계속했다.〈김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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