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39)

흥부식당의 주 메뉴는 소머리국밥이다. 우거지 해장국과 칼국수가 있다. 술안주로는 낙갈이 인기이다. 낙지와 쇠갈비를 섞은 찌개다. 김치볶음, 편육,제육도 있다.흥부식당은 아침 7시에 문을 연다. 그러자면 6시반에 일어나야 한다. 인희엄마가 늘 내 잠을 깨운다. 나는 삼각 팻말을 바깥 길에다 세우는 일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식사 됩니다 란 나무판자이다.

시내 중심지는 주차난이 심각하다. 출근시간대에는 뒷골목에도 차댈 곳이 없다. 골목길 한쪽이 차들로 빽빽하게 찬다. 여염집 대문조차 차들이 막아버린다. 집주인과 승강이질이 잦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자리나마 집에서 일찍 나서야 차지한다. 차가 있는 인근 사무원들은 꼭두새벽에 차를 몰고 나온다.겨울이면 아직 깜깜할 때다. 아침밥도 거른 채다. 그래야만 주차를 할 수 있다. 그 사무원들이 흥부식당의 아침 손님이다. 밤 새워 술을 마신 패도 있다. 화투를 치다 온 패도 있다. 아침 식사에는 칼국수가 없다. 그들은 주로우거지 해장국을 먹는다. 해장국을 먹고 목욕탕으로 간다. 헬스클럽을 찾아운동도 한다. 출근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간다. 그때서야 우리 세 식구도 아침밥을 먹는다.

흥부식당은 점심 시간이 가장 바쁘다. 정오부터 한 시간이 그 시간대이다.그 시간 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소머리국밥이 가장 많이 팔린다. 여사무원들은 칼국수를 주로 먹는다. 칼국수는 공기밥이나 사리 한 접시를 덤으로 준다. 인희엄마는 주방에서 퍼내는 일을 한다. 나는 상으로 나르는 일을한다.

나는 덤벙대다 음식을 엎지른 적도 많다. 뜨거워, 조심조심. 인희엄마가 늘내게 당부하는 말이다. 사람을 더 써야지, 이거 너무 늦잖소. 손님들의 재촉이 성화같다. 느긋이 기다리는 손님은 별로 없다. 예, 예, 그래야지요. 인희엄마는 건성으로 대답한다. 손님에게는 화를 내지 않는다. 손님이 화를 낼수록 더 고분고분해진다. 손님은 왕이야. 단골을 떨구면 안돼. 인희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다. 음식이 나오면 손님은 독촉할 때가 언제였나 싶다. 금새 얼굴이 펴진다. 게걸스럽게 후딱 먹어치운다.

점심 손님이 뜸해지면, 인희엄마와 나도 점심밥을 먹는다. 점심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다. 식당 안을 한 차례 쓴다. 저녁 시간까지도 바쁘다. 밑반찬을준비해야 한다. 나물을 무친다. 조림도 만든다. 고기를 삶는다. 뼈다귀를 곤다.

사무원들이 퇴근할 때면, 주로 술 손님들이다. 어두워져야 그들이 찾아든다.손님은 식사를 하며 술을 청한다. 낙갈이나 저육 편육을 시켜 술을 마신다.술은 소주가 단연 으뜸이다. 여사무원들은 콜라나 맥주를 찾기도 한다. 소주는 맥주보다 독한 술이다. 차를 몰고 가는 사람은 술을 조금만 마신다. 벽시계의 작은 바늘이 11에 있으면 손님이 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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