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

제2장 사랑은, 주는 기쁨 ?"그럼 문 닫을 때 올께. 그 소주방 있잖아,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어. 똥기차"헌규가 말한다.

"피, 또 소주방? 무드가 없잖아"

"요즘 엄마가 짜게 굴어. 일년쯤 더 놀려 했는데, 아버지 회사에나 나갈까봐""그럼 군에나 갔다 와"

"내 군에 가면 날라버릴려구?"

"그럴 수도 있지 뭘"

헌규가 나를 돌아본다.

"짜샤, 너 안가고 뭘 어물거려"

"쟨 꽃을 좋아해"

미미가 말한다. 나는 빈 소반을 들고 꽃집에서 나온다. 식당으로 오니 내 할일이 잔뜩 밀려있다. 인희엄마가 눈을 흘긴다. 얼굴이 땀에 젖어 있다."이제 배달해 주지마. 와서 처먹어라 해. 톡 까진게 버르장머리 없이"인희엄마가 말한다. 나는 식탁으로 음식을 나른다. 빈 그릇들을 거두어 들인다. 행주로 상을 훔친다.

"올해부터 쓰레기 종량제잖아. 그건 여기다 버려. 너 도대체 몇번 말해야 알아듣니!"

인희엄마가 고함을 지른다. 일손 바쁜 화풀이는 내게만 한다. 손님이 찾으면금새 웃는다. 나는 한참 정신없이 뛴다. 어느새 손님이 뜸해진다."아무래두 사람을 써야겠다. 돈도 좋지만 이러다간 골병들겠어"인희엄마가 말한다. 인희엄마는 전에도 그런 말을 했다. 그러나 사람을 쓰지않았다. 일요일은 문을 닫고 쉬기 때문이다. 김치와 깍두기는 쉬는 날에 담았다. 나도 그 일을 거들어야 했다.

일요일이다. 나도 늦잠을 잔다. 식구는 늦은 아침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 나자, 인희가 그림공부책을 편다. 먹선으로 코끼리와 하마가 그려져 있다. 인희가 크레용을 가져온다. 나랑 색칠놀이를 하자고 한다. 인희는 꼬끼를 회색으로 칠한다. 나보고는 하마를 칠하라고 한다. 나도 회색으로 하마를 칠하고싶다. 회색 크레용은 하나뿐이다. 인희가 쥐고있다. 나는 검정 크레용을 쥔다.

"코끼리는 뭘 먹게"

방바닥에 엎드린 인희가 묻는다.

"풀"

"그럼 하마는"

"풀과 물. 그럼 사람은?"

내가 묻는다. 그렇게 묻던 노경주가 생각난다.

"고기도 먹지. 아이스크림과 초콜릿도"

인희가 대답한다. 주방쪽에 세탁기 모터 소리가 난다. 인희엄마는 그쪽에 있다.

"시우 있어요?"

누군가 식당문을 열고 묻는다. 미미 목소리다. 일요일은 미화꽃집도 문을 열지 않는다. 나는 방문을 연다.

"시우야, 우리 양평 쪽으로 드라이브 나가"

미미가 나를 보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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