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두만강 개발의 추역

지난주 일본 니가타(신석)에서 열린 제5회 동북아 경제개발 국제회의는 두만강개발 논의가 최대 목적이었다. 한·일·중·러를 비롯한 8개국과 유엔개발계획(UNDP)등 관계기관 참석자들은 두만강유역이 세계유일의 가장 유망한 잔여 투자개발 대상지이며 발전가능성도 무한하다는데 입을 모았고 따라서 하루속히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두만강개발에서도 관심이 집중된 곳은 역시 북한이 지난91년 자유무역지대로지정한 나진·선봉지구였다. 이는 북한이 사실상 두만강개발의 중심당사자임을 뜻한다. 또 장래 통일을 내다보아 결국은 남북한 공동의 몫이며 한국과북한이 주역이고 중심국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회의를 지켜보며 못내아쉬웠던 것은 주인노릇을 해야할 남북한 모두가 존재감이 희박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한 북한인사의 '당부'하는 인사말이 VTR로 소개된 해프닝은 북한이 차지하는 위치와 함께 회의를 주최, 진행한 일측이 얼마나 북의 참가를 원했는지를 나타냈을 뿐이다. 북한이 나진·선봉의 개발의지가 실제로 강하다면 당연히 이러한 회의에 나와 개발구상을 설명하고 지원과 참여를 촉구해야 했다. 중국참가자들은 마치 세일즈를 하듯이 입지와 법적·행정적 뒷받침을 역설하고 참여를 요청해 대조를 이뤘다. 북한의 불참은5회째에 이른 관련회의가 탁상공론만 무성할뿐 진척이 지지부진한 원인이 무언지, 나아가 순탄치 않을 전도까지 시사해 주었다.

북한과 한께 두만강 개발에서 주인노릇을 톡톡히 해야할 입장은 바로 한국이다. 주최국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43명의 재경·학계인사가 몰린것은그러한 자각과 강한 개발의욕이 있다는 징표로 보였다. 2명의 기조연설자 가운데 한명이 한국인이었고, 4분야로 나뉜 섹션마다 빠짐없이 참가해 발표,혹은 토론에 나서 한국의 위치와 무게를 나타냈다. 회의장에서 영·일·중·러시아어와 함께 한국어도 동시통역이 이뤄져 '주역'을 위한 뒷바라지도 충분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회의장에서 북한사람의 VTR을 통한 인사외에는 우리말을 단한번도 들을 수가 없었다. 몽골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국말을 쓰는데도유독 한국인 출연자들은 약속이나 한듯, 영어발표로 일관했다. 주역인 한국인은 있는데 정작 한국의 '얼굴'은 보이지 않은 것이다.

언필칭 운위되는 국제화·세계화를 위해 외국어를 배우고 쓰는 것은 중요하다. 국제회의니까 국제공용어인 영어를 쓰는게 예의이고 체면도 선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또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데 우리말만 고집한다고 위신이서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장내에 동시통역이 되고 있고 모두 제나랏말들을 쓰는데 특히 논의의 대상이 바로 자기 일이며 자신이 주역인 마당에구태여 더듬거리는 영어를 구사해야만 했는지…, 아쉽고 부끄러운 감을 지울수가 없었다.

우리국력이 아무리 커져도 또 세계화를 목청껏 외쳐봐도 스스로 작은데서 부터의 위상 개선 노력을 게을리하고서는 한낱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도쿄·김종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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