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대구섬유-쫓기는 염색업계

지역섬유는 직물과 염색이라는 두 수레바퀴가 이끌어가고있다.중간재인 직물은 염색을 통해야 비로소 상품화되므로 두 수레바퀴는 항상 같은 경기흐름을 탄다. 그래서 호흡도 같이한다. 서로가 중요성을 앞세워 다툴정도로 난형난제지만 염색의 위상이 높아지고있는것은 사실이다. 요즘은 부가가치면에서도 염색이 다소 우월하다.대구섬유는 물량면에서는 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역에 제직시설이 많기 때문인데 현재 중국,인도네시아등이 꾸준히 직기를 늘리고있어 조만간 그 아성을 지키기도 어렵게된다. 그런데 염색의 경우는 다르다.국제경쟁력을 갖추고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태리나 일본같은 고급기술은 아니지만 지역염색은 중진국에서는 최고수준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자연히 시장석권도 손쉬웠다. 특히 염색은 특수기술분야로 쉽게 습득될수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므로 정부는 일찌감치 폴리에스터 감량가공과 날염은 해외투자를 금지,보호의 울타리를 쳐놓았다.그런데 올7월부터 이들 염색업종의 해외투자제한 폐지가 불가피하게됐다.WTO등 세계화의 흐름에 어쩔수없는 조치지만 지역염색업계로서는 '화산폭발'이나 다름없다. 기술누출이 가속화될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섬유시장의 70%이상을 점유하고있는 중국이 '부메랑 효과'를 타고 우리네 기술과 대등하게될 경우 대구섬유는 그야말로 '황포돛배'로 전락하게된다.지역염색업계는 직물업의 호황을 타고 지난 3년간 꾸준히 시설을 늘려왔다.3년전 1백50여업체에 불과하던 염색조합원이 현재는 2백50여업체로 늘어났다. 비조합원 1백여개를 합치면 대구.경북지역에만 현재 3백50여업체가 산재해있다.

이중 세계적인 기술을 갖춘 업체는 그야말로 손꼽을 정도이고 대부분이 중저가품 생산기술에 한정돼있어 중국섬유가 자립하기 시작하면 대구섬유는 변수가 없는한 몰락하고만다는 간단한 등식이 성립된다.

가뜩이나 과잉시설로 염색가공료 덤핑현상까지 빚어지고있는등 염색업계 집안단속도 못하는 마당인데 후발국으로부터 바짝 추격을 당하고있는 숨가쁜입장이다. 쫓아오는 사람을 나무랄수야없지만 문제는 쫓기는 입장인데도 저만치 달아날 '탄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기업인들이 아직까지 왜 고가품을 생산해야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있음을 솔직히 시인한다. 야드당 2백~2백50원하는 폴리에스터 감량가공에주로 익숙해져있다는 것이다. 높은 가공료를 받으려면 그만큼 투자와 노력을해야하는데 여태까지는 중저가품만 생산해도 그럭저럭 수입에 큰 지장이 없었으므로 그정도의 수준에서 '안주'해 버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환경은 돌변했다.그런데도 아직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지않고있다. 대구경제의 40%를 쥐고있는 섬유,그 섬유의 4분의1을 쥐고있는 염색업계의 위기를 더이상 방관만 할수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파멸'을 피하려면 지금부터 위기대처능력을 키워야한다. 김해수염색조합이사장은 "국제화의 바람이거세게 불어닥치는데도 염색업자들의 가슴에는 아직 미풍도 일지않고있다"며 업계의 느림보감각을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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