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가 파산위기를 맞고 있다.세계석유매장량의 3분의 2는 아라비아반도 연안에 있으며 그 절반은 사우디의 땅이다. 사실상 세계 석유의 목줄을 쥐고 있는 석유 부국이다. 그러나 변변한 산업조차 없고 매년 1백억달러 이상의 적자가 15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있으며 '잡역부'정도의 노동력뿐이라면 아무리 석유가 있더라도 '파산선고'를 내릴수 밖에 없다. 사우디의 가장 큰 딜레마는 궁색한 노동력. 매년 2만명이 대학을 졸업하는데 그들의 대부분은 '문학사'이며 자연과학은 전무하다. 당연히 편안한 직업을 찾아 공무원 길을 나서지만 이미 만원이고 사기업은 거의 없는 편이어서 실업의 길을 걸을수 밖에 없다.
실제 91년 걸프전이 터질때까지 기술자,교사,의사에서 가정부에 이르기까지2백만명의 외국인이 국가를 지탱했다. 그러나 주를 이루었던 이집트인들은사우디가 이후 임금을 적게 지급하자 철수했고, 중견 엘리트층이던 팔레스타인인들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사담 후세인편을 들었기 때문에 추방당했고, 육체노동력의 주축이었던 예멘인은 자국 내전으로 대부분 남쪽으로 이동했다.
불모의 사막인 국토에 노동력조차 불모의 땅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국민들이 나태한 것은 정부의 보조금 때문. 교육과 의료는 모두 무료다. 따라서 유학비용뿐 아니라 해외에서 비상수술을 받아도 모두 정부가 비용을 댄다. 생활필수품도 거의 무료에 가깝고 전기,전화요금도 정부몫이다.이 보조금은 정부적자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폐지하려고 하지만 워낙반발이 거세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원유가의 하락으로 인한 국가수입 감소도 설상가상으로 사우디를 파산으로 몰고 간다.
왕족들의 씀씀이 또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 걸프전때 반다르왕자는 50만명에 가까운 외국군대를 자국보호명목으로 끌어들였다. 이 부담은 엄청나 걸프전 전비로 사우디가 미국에 직접 건네준 돈은 5백50억달러나 된다. 전쟁후미제 미사일과 탱크까지 구입하기로 했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은 산출조차 어렵다. 이 금액중 상당부분을 왕족들이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석유만 믿고 집안 단속은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70년대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은 선진국들은 80년대 들어 북해와 알래스카등 비OPEC 유전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 86년 배럴당 34달러 하던 원유가가9달러로 폭락한 것도 이것 때문. 석유가 예전처럼 부국의 강력한 무기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를 타개하기에는 국내외적인 요소들이 너무 척박해 보인다. 〈김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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