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민자당대표의 22일 국회연설은 그간 방향과 실체없이 산만하게 제기돼온 행정구역개편과 지자제선거 문제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을제시한 것으로 볼수 있다.그것은 6월27일 4대 지방선거 실시와, 이를 전제로한 행정구역개편문제등 지자제 실시에 앞선 포괄적인 논의를 제의한 것으로 요약된다.이에따라 민주당측에서도 어떠한 방향에서든 23일 대표연설등을 통해 이들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여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이대표는 우선 여야간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행정구역개편문제와관련,선거전에 일제 식민시대의 유산인 행정구역에 대해 아무런 전제조건없이 토론해 보자고 제의했다.
국민에게 큰 불편을 가져다 줄 게 뻔한 행정구역에 대한 논의자체를 회피한다는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처사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대표는 "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행정구역개편을 논의하려는 움직임이 지방선거 연기를 위한 음모로 왜곡될 소지도 없지않다"면서 "그러나논의자체가 금기시돼선 안되며 오히려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시대적 요청으로 추진중인 세계화에 발맞춰 지방행정구조도 이번기회에 다양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달라"고 당부했다.그는 선거전에 논의할 대상으로 △생활권과 일치하지 않는 행정구역 조정 △현3단계의 지방행정구조 △특별시.광역시의 구위상 △정당공천문제등을 꼽았다.
물론 이대표는 이같은 논의가 오는 6월27일 선거를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그는 "선거실시를 전제로 국익차원에서 충분한 논의를 해 보자는 것"이라고선을 그었다.
이대표는 지방선거에 앞서 이런 것들을 고쳐야할 당위성을 진정한 '주민자치'에서 찾았다.
그는 "이제는 지방자치를 민주화투쟁의 일환, 정당자치로 생각하기보다는 생활자치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실질적 지방자치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대표는 그방법으로 당내 지방화추진위 구성과 국회내 여야 지자제관련기구구성을 제시했다.
이대표 연설은 당내 차원에서는 그동안 실체도 없이 나돌던 지방선거와 관련한 논란을 정리했다는데서 찾을수 있다. 김덕용사무총장이 불을 붙인 행정구역개편과 지방선거 정당참여 재검토가 그동안 당내에서 조차 반대의견에 봉착함으로써 당론마저 불투명했던게 사실이다.
이대표 자신도 행정구역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전면 재검토에 대해서는 선거가 임박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시해 왔을 정도다. 그러나 이대표 연설은 이런자체 논란을 일단 해소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김총장이 주장해온 4개 문제점을 개방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으로 연설이 요약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표 연설이 여권의 4대 지방선거 실시의지를 의심하는 여론을 진화하고 야당을 납득시킬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6월 선거를 분명히 약속했지만 이대표가 제시한 문제점들이 선거전에 개선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생활권과 일치하지 않는 행정구역 조정과 특별시.광역시의 구위상 재정립 같은 문제는 여야가 간단히 합의할수 있거나, 단순히 행정조치로 가능한 부분이다.
그러나 시.도, 시.군.구, 읍.면.동의 3단계로 중층화된 지방행정구조 축소는시간이 몇년 걸리는 사안이고, 따라서 이문제를 손대자는 것 자체를 선거연기의도로 받아들이는 야당 때문에 사실상 선거전에는 어려운게 현실이다.정당공천배제 역시 야당이 사활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문제여서 현재 여건으로서는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이대표는 '선거전'과 '선거후'로 나눠검토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난해한 문제는 여야가 합의하면 선거후로 조정될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야당은 여야협의에 응하는 것 자체를 여당의 선거연기의도에 말려든다고 보고있다. 야당은 이대표의 선거실시를 전제로 한 4개 문제제기를 일종의 선거연기를 위한 '유인'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4대 지방선거와 관련한 이대표 연설은 일단 선거연기음모와 관련한 부정적시각을 해소하면서 당내에서 지자제실시를 앞두고 제기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내놓은것으로 볼수 있다.
지방선거문제를 제외한 이대표의 연설 가운데 특징은 개혁과 안정가운데 안정에 약간 무게를 더 실은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이다.
이대표는 "개혁없는 안정은 구르지 않는 돌이며 고인물"이라며 "그러나 안정없는 개혁은 빈수레일 뿐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개혁과 안정이두수레바퀴라는 김영삼대통령의 전당대회 연설을 반영했다.그러나 이대표는 "2년동안 과감히 단행된 개혁조치로 많은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아픔과 불안감을 느낀 분들도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우리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중산층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사회안정을 도모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개혁과 사정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북핵문제 처리 와중에서의 이념적 갈등을 우려한 이대표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는게 연설문 작성에 참여한 당직자들의 얘기다.
이대표는 지금은 개혁과 안정의 균형감각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표현으로 안정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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