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월13일 엄마 아빠 온 날. 오후 2시55분, 엄마 아빠가 왔다. 오늘따라 날씨가 맑았다. 그것도 엄마 아빠가 온 것을 알리려는 날씨같았다. 엄마아빠가 오니 집안도 시끌벅적해졌다'아버지의 손에 영문모르고 죽어간 김혜정양(12)이 남긴 마지막일기.할아버지생신을 맞아 문경에 가 있던중 아버지 김광년씨(38)가 삼남매를 데리러 온 13일자 일기다.
가정파탄의 희생양인 삼남매의 일상이 담긴 유일한 흔적인 일곱권의 일기는'말 잘 듣고 착하기만 했던'삼남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 남은 친지와 이웃들을 가슴아프게 했다.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돼지해, 돼지는 욕심이 많고 게으른 게 아니라 영리하고 부지런하다고 한다. 나도 돼지처럼 부지런해지고 부모님일을 많이 도와드려야겠다'(1월1일 미화)'수성랜드에 갔다. 범퍼카를 탔는데 아빠가 운전을했다. 참 재미있었다'(94년9월18일 승일)
부근 용명슈퍼주인(42)은 "삼남매는 아버지의 밤늦은 술심부름도 싫은 기색없이 했다"며 착하기만 했던 삼남매가 아버지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이들 가정도 때로는 남들처럼 단란한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에는가족끼리 백화점쇼핑도 하고 때로는 집에서 과자와 음료수로 작은 파티를 열어 웃음꽃이 넘쳐나기도 했다고 삼남매는 일기장에 적었다.일곱권의 일기장에 부모를 원망하는 글은 단 한줄도 쓰지 않았던 삼남매가결국은 친아버지의 손에 무참히 희생됐고 일기장만 남아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김미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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