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대구섬유-추격당한 면직업계

엄청난 시장 잠재력에도 불구 80년대 후반이후 줄곧 침체를 면치못하고있는섬유업종이 바로 면직이다. "화학섬유에 비해 면직은 이제 한물갔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있기 때문이다.주로 면직업체들의 모임인 대구경북 직물조합 회원수를 보면 88년 4백85업체에서 매년 감소,현재는 2백50여업체로 쪼그라들었다.

그만큼 지역면직물의 퇴조는 "개발하지않으면 밀린다"는 적자생존의 원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있다.

지역 면직물 몰락의 주범은 바로 중국이다.가뜩이나 화섬직물에 밀리고있는판에 91년부터 중국산이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했다.

야드당 수입가격은 대체로 5백원선.6백원하는 국산과는 가격경쟁이 되질않는다. 화섬과 달리 면직은 중저가품일 경우 품질에서 별차이가 없어 제품경쟁력은 아예 문제삼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중국산에 안방을 내주고 말았다.그런데 이것도 조정관세가 40%일 경우이다. 올해부터는 관세가 26%로 떨어져앞으로 중국산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지게된다.업계에서는 조정관세 부과연기를 요구하고있으나 세계화 분위기로 봐 설득력이 없는 얘기다. 그래서 어지간히 벌어들인 업체는 화학섬유쪽으로 아예 업종을 바꾸거나 겸업으로 수지타산을 맞출수 밖에없다.

그렇다보니 업계는 더욱 영세화해진다. 지역면직업체중 고급제품을 생산하는업체는 손꼽을 만하다.손수건을 생산,세계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한두업체와의료용 붕대를 생산하는 특징있는 몇몇업체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60년대 '광목'생산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면직중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다는 청바지를 생산하는 업체도 없다.거의가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임가공생산하는 업체들 뿐이다. 청바지 생산은 제직,봉제가 동시에 이루어져야하므로 상당한 규모가 필요한데 이만한 경제력을 지닌 업체가 없다는 얘기다.

와이셔츠나 남방같은 고급셔츠는 그야말로 폴리에스터 직물과 비교가 되지않을 만큼 가격이 비싼데도 이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지역에 아직 없다.적어도 60수이상의 고급섬유를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기혁신화율을 보면 41.1%(93년말)로 일본 45.4%에는 물론 경쟁국인 대만의47.2%에도 크게 뒤진다. 품질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염색기술조차 뒤처져있다.

화섬의 경우 선진국 기술을 1백으로 잡았을때 한국은 85로 상당수준 올라와있고 경쟁국의 80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으로 비교적 경쟁력이 있으나 면직은65에 불과할 뿐아니라 경쟁국도 65로 우리와 같은 수준이다.그러니 중저가품시장을 중국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

더딘 기술개발로 후발개도국에게 추격당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역의 면방업계다.

섬유소비량은 화섬이 2천년대까지 연간 3.3%성장으로 역시 최고수준을 보일전망이나 천연섬유도 2%성장으로 만만치않다. 문제는 소득이 높아질수록 천연섬유를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구섬유'의 명성을 잃지않으려면화섬 못지않게 면직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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