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기부 그대마저...

뒤마의 소설 '삼총사'에서 달타냥과 왕의 총사들은 루이 13세의 정적인 재상리슐리 부하들을 골탕먹인 뒤 왕앞에 끌려가 남들이 보는 앞에서 짐짓 겉으로는 폭력에 대한 기합을 받은 뒤 뒷방으로 불려 가서는 '고것 참 잘했다'고격려금을 받는 대목이 있다.딱맞아 떨어지는 비유가 될는지는 모르나 복국집에서 허튼소리를 지껄이면짐짓 목을 뗀뒤 훗날 따로 불러다가는 KBO 총재란 엄청난 감투 씌워주고 국회에서 입을 틀어막혀가며 날치기통과를 해내면 훗날 국회의장 한자리 만들어주는 분위기를 보여주게되면 아랫세상에도 도의심 없고 비뚤어진 충성심만떠받드는 '돌쇠'식 가치관이 번지게 된다.

삼총사들의 응징대상이 리슐리라는 악인이였던 상황과 달리 최근 지방선거후보자 조사를 한 경기도 공무원이나 행정개편론을 싸고 언론의 표현대로'총대 멘' 사람들의 평지풍파 같은 '충정'대상은 정치안정과 지자제를 통한미래 국가발전이란 점에서 지극히 우려되는 돌출로 보인다.행정구역 개편이 거론된 것은 이미 1년전 대통령의 입에서부터 논란이 시작됐던 사안이었다.

민자당 사무총장 말대로 그 문제가 그처럼 국가발전에 화급히 요구되는 선결(선결) 사항이었다면 도대체 그동안엔 무엇하고 있다가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느닷없이 정국을 시끄럽게 만드는 것인가.

그것도 개편에 대한 구체적 대안제시 요구에는 '아직은 아무것도 갖고있지않다, 논의 해봐야 한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수준이고 보면 행정구역개편이라는 양머리를 내걸고 뒤로는 선거연기란 개고기를 팔겠다는 의도가아니냐는 야당의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

그런 불신들이 깔리고 있는 마당에 느닷없이 안기부에서조차 지자제선거 연기와 관련된 비밀문서가 폭로돼 이래저래 혼미한 안개만 짙어지고 있다.안기부의 해명은 '실무차원의 여론수집'이라지만 최고 엘리트부처기관임을자타가 공인하는 국가안전기획부의 해명치고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보도에 의하면 '음모나 공작 차원이 아니고 통상적인 자체 분석업무의 일환'이며 '정작 중대한 문건이었다면 각지부에 문건으로 보냈겠느냐'는 해명인것같다.

더구나 '선거연기 문제가 계속 부각될 경우 국론분열과 정국혼선 등 파급영향이 클것으로 판단 했다'는 의견도 밝힌것으로 보도됐다.

그 말들이 사실이기를 믿고싶지만 일단 문제의 문건을 살펴보자. 지시문서에는 수집확인 사항으로 △연기필요성과 △연기시의 구체적 절차문제, 그리고여론화과정과 방법 등을 명시하고 있다. '연기시 장단점 검토' 부분에서도전면연기 경우와 부분연기 경우를 나눔으로써 전체적으로 연기할 경우의 단점이나 문제점 파악보다는 연기는 기정사실로 하되 전면과 부분연기의 장단점을 한정적으로 분석 파악하라는 의미를 더 강하게 비치고 있다.먼저 연기실시를 염두에 두고 하는 조사의 이미지가 강하다. 더구나 중대한문건이아닌 '내부참고용'이라면 굳이 지시문 말미에 '검토후 즉시 파기요'라는 보안사항을 명기할 필요 또한 없잖았느냐는 반론이 나오게 된다.단 한가지 '연기문제가 계속 부각될 경우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국에 혼선을가져오는 파급영향이 클것'이란 판단만은 역시 안기부다운 쪽집게같은 예리한 판단이었다.

지금 그 문제를 계속 혼자 부각시키고 있는 여당 사무총장과 16인의 민자당초.재선의원들의 목소리가 나온뒤 야당과의 국론이 분열되고 정국이 혼란스럽게 돼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복집에서 말썽낸 아저씨가 프로야구 총재가 되고 날치기 말썽낸 의원아저씨는 국회의장이 된다고 해서 이름 그대로 국가의 안전을 기획하고 책임맡은엘리트 안기부마저 팔걷고 뛰어든듯한 오해를 안은 상황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도 안기부장도 모르게 추진하고 명색 국가최고 정보기관의 파기 보안이명시된 기밀지시문서가 천하에 노출까지 됐다.

국회나 경기도가 어떤모양으로 시끄럽든 안기부만은 '돌쇠식' 가치관이 번지는 것을 막아내고 거꾸로 정화시켜나가야 할 명예가 소중한 엘리트기관이다.그대마저……란 오해를 사기보다는 계속 신뢰와 존경을 받는기관으로 남아주기를 기대한다.

애꿎게도 모처럼 깨끗하고 똑똑했다는 인재(전안기부장) 한명을 잃게 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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