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46)

"시우씨, 그동안 잘 있었어요? 아주머니도 안녕하셨구요"노경주가 인사를 한다. 그녀는 핸드백을 맸다. 포장된 상자를 들고 있다."종성 장애복지원 직원이구먼. 웬 일로 여기까지? 설마 우리 시우를 거기로다시 데려가겠다는건 아닐테지요?"

인희엄마가 묻는다. 흙 묻은 손을 턴다. 나는 눈이 아려 손등으로 눈을 닦는다. 파 껍질을 벗길 때면 늘 눈이 아린다.

"아니에요. 일요일이라 그냥 찾아와 봤어요. 시우씨가 어떻게 지내나 보고싶기도 하구요"

"왔으니 앉아요"

인희엄마가 시퉁하게 말한다. 노경주가 의자에 앉는다. 나를 말꼼히 본다."시우씨, 설날엔 고향에 다녀왔어요?"

노경주가 내게 묻는다.

"고향도 제대로 모르는데 어떻게 고향엘 다녀와요. 고향엔 부모형제도 없구,아마 할머니가 살았던 모양인데, 고향을 떠난지가 햇수로 꽤 되나봐요"인희엄마가 대답한다.

"시우씨가 정신지체자 아닙니까. 아주머니가 설날 때나 시우씨를 고향에 보내주셔야지요. 편지를 써서 그곳 인척에게 시우씨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보내라고 부탁두 하시구. 고향 떠나 매여 사는 직원이나 직공들은 추석과 설날이면 다 고향에 보내주잖아요. 강원도 정선군 아우라지강의 강마을이니 그곳에만 가면 살던 집을 찾을 수 있을텐데…"

"보자하니, 댁이 그걸 따지러 왔나요? 쟤가 혼자 고향엘 어떻게 찾아가요.글을 읽을줄 아나, 차푠들 제대로 살 줄을 아나. 동서남북도 모르는 어린애를 어떻게 강원도 정선 어디메까지 보내느냐 말이요. 길 잃기가 꼭 알맞은데. 임자가 그런 데 근무하면 시우같은 애를 많이 다뤄봤을게 아녜요"인희엄마가 역정을 낸다.

"그쯤은 아니깐 그렇게 말하는 것 아닙니까. 시우씨야말로 잃어버린 자기 고향을 찾아야 해요. 우리가 다 고향을 잃고 살기는 하지만. 아주머니가 쉬는날 하루쯤 틈을 내어 새우씨와 함께 정선엘 다녀올 수도 있잖아요. 저도 일요일이라 서울 부모님 뵙고 오는 길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보자하니 댁이 날 교육시키기로 아예 작정을 하고왔군. 나도 고향 잊고 사는지가 수십년이요, 설날에도 식당이나 지키고 앉은 처진데, 뭐 날보고 시우고향 찾아주라구?"

"실례지만 시우씨한테 월급을 얼마씩 줍니까?"

"시우야, 넌 뭘 멀거니 앉았니. 눈 부비면 눈 더 아프다고 내가 말했잖아.파 만질 땐 눈 부비지 말라구. 수저 기명통에서 꺼내 마른 행주로 닦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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