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제2장 사랑은, 주는 기쁨(22)

"종업원 월급을 얼마씩 주냐고 제가 묻지 않았습니까"노경주가 다시 묻는다.

"월급? 월급은 줘야지. 돈 셀줄도 모르구, 셈도 못하니 내가 보관해요""그럼 시우씨 앞으로 은행 적금통장을 만드셨나요? 그걸 좀 보여줄 수 없겠습니까"

"듣자하니 정말 형사 찜쪄 먹겠다구 덤벼. 그래, 통장 보여주면 어쩌겠다는거야? 그 적금 찾아내 쟤 고향으로 데려주겠다는 거야, 송금을 해주겠다는거야? 네가 뭔데? 시우누나라도 돼? 아니면 여편네라두. 별 꼴 다보겠군"인희엄마가 노경주에게 삿대질을 한다. 벌떡 일어선다. 안방에서 인희가, 엄마 왜 싸워하며 방문을 연다. 캔디야, 나와 놀아 하는 말소리가 들린다. 어린이 만화영화다. 나는 주방에서일을 한다. 기명통의 수저를 꺼낸다. 수저를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는다. 마른 행주를 찾는다. 행주로 수저의 물기를닦는다.

"아주머니, 보세요. 전 특수학교 자격증 소지자예요. 그런 곳에 근무하고있는 공무원이구요. 시우씨 같은 장애자나 지체자들을 보살필 임무가 있구요…"

노경주가 일어나 또박또박 대답한다. 인희엄마가 그 말을 막는다."가만 있어. 여기가 네 구역이니? 이런 밥집까지 찾아 다니라던?""구역이 문제가 아니예요. 그런데 저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어요. 너니,이래라 저래라 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

-애들아, 우리 시우를 놀리지 마. 이래라, 저래라 그렇게 마구 말하면 못써.시우가 말을 잘 못하고 어리석다구 그렇게 놀리구 때리면 못써. 시우가 너들큰 형뻘 아니니. 그런데 시우야,멍충아, 하면 되니? 귀를 당기구, 코를 비틀면 되겠니? 부모 형제없이 크는 것두 서러운데…. 할머니가 목멘 소리로말했다. 내가 시골을 떠나기 전이었다. 엄마는 집을 나갔다 며칠뒤 돌아왔다. 엄마는 하룻밤을 자고 또 집을 떠났다. 떠날땐 시애를 데리고 갔다. 우리 식구가 자고나니 엄마와 시애가 없었다. 시애가 중학교를 졸업한 뒤였다.집에서 놀고 있었다. 그즈음 아버지는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산골 사람들은아버지를 두고 잘렸다고 말했다. 조합 탈퇴를 끝내 거부하다 잘렸다고 했다.아버지는 술만 마셨다. 읍내로 들어가면 며칠씩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시애는 고등학교에 못갔다. 시애마저 집을 떠난 그날도 아버지는 집으로들어오지 않았다. 어느날 아버지는 또 집을 나갔다. 몇며칠만에 아버지가 돌아왔다. 술에 취해 있었다. -못 찾았어요. 서울과 청주, 가까이 사북·영월·제천·원주까지 훑었죠. 그런 모녀는 못봤대요. 아버지가 할머니께 말했다. 아버지는 이듬해 봄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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