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티전 "고 홈"

아이티를 방문한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이 '치욕적인' 푸대접을 받았다.조지아주의 2필지 땅콩밭을 임대해주고 세계분쟁의 조정자로 세계 평화를 일구고 있는 지미 카터. 지난해 9월 수천명의 사망자를 낼 수도 있었던 아이티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전세계로부터 '평화의 십자군'이라 칭송받았던 그가 정작 아이티인으로부터는 '양키 고 홈'의 대상자가 됐다.23일 지미 카터는 부인 로잘린여사와 아이티 수도 포르토 프랭스의 공항에도착했다. 이번방문은 아리스티드대통령과 정당지도자들을 만나 아이티의경제와 정치문제를 논의하고 오는 6월 4일 국회의원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고 평화적으로 치르기 위한 것.그러나 그를 영접한 것은 주아이티 윌리엄 스윙미국대사뿐 아리스티드행정부의 관리들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의 평화사절임무중 최악의 '접대'. 또카터는 시내로 들어가면서 지나는 길 곳곳에 붉은 스프레이로 쓰여진 '카터,고 홈(카터는 미국으로 돌아가라)'이란 낙서를 보게 됐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아이티에 올때 마다 환영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낙서예술가들이 환영했다"는 농담을 던지며 그들이 민주적인 아이티인들을 대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에 대한 반감을 애써 축소.

그러나 이날 아리스티드대통령과 회담을 하는 동안 대통령궁 밖에는 수십명들이 '카터는 엉터리 민주주의자'라며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대통령궁 밖담장에도 '카터는 군부지지자'라는 낙서가 가득 그려져 있었다.아이티인들의 카터에 대한 악감정은 지난해 9월 독재자 라울 세드라스를 체포하지 못한 것이 카터때문이라는 것에서 비롯. 91년 9월 아리스티드대통령이 미국방문중에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세드라스는 3년여 동안 3천여명을학살한 아이티사태의 장본인. 그러나 지난해 아이티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온카터와의 협상을 통해 그는 한달여 더 집권하다 안전하게 파나마로 망명했다.

세드라스와 함께 필립비암비장군은 파나마로, 경찰책임자였던 미켈 프랑소와는 인접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망명했다. 결국 학살의 책임자는 모두 충분한망명자금을 긁어 모아 외국으로 도피하고 만 것이다. 세드라스는 미국으로부터도 매달 수천달러의 전세자금까지 받아 가며 호화롭게 살아가고 있다.포르토 프랭스의 성당에서는 10여명의 학생들이 카터가 돌아갈 때까지 단식에 돌입했다.

이날 회담을 마친 아리스티드대통령은 "카터는 단지 경기의 심판 이상의 역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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