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엄마일기...3월의 추억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10년이 네번이나 지나간 지금도 해마다 3월이되면 한 추억이 선연히 떠오른다. 초임교사시절의 그 산골마을과 아이들.3월이라지만 먼 산엔 잔설이 희끗하고 산모롱이를 휘감고 불어오는 산골바람은 매서웠다. 아카시아 울타리의 넓은 운동장, 나지막한 교사(교사)앞 양지바른 곳엔 옹기종기 어린 꼬마들이 모여앉아 있었다. 봄방학을 마치고 3.1절식을 올리려고 모여든 모습들이었다. 종소리가 울리면 우르르 운동장으로 모여들어 반별로 나란히 줄을 서서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이윽고 식이 끝날 무렵이면 3.1절 노래를 불렀다. 오르간소리에 맞춰 목청좋은 선생님이 단위에서 지휘하고 아이들의 노래소리는 고요한 산골마을에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다.'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같은 대한독립만세' 함께 부르노라면 큰강물이 도도히 흘러가는듯 무언가 엄숙하고 장엄한 감동이 가슴을 적셔오곤했다.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아이들의 노래소리는 더욱 커지고'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상반신을 흔들면서 목을 길게 빼고 목청껏 부르는 모습들… 남자애들은까까머리에 빛바랜 검은 학생복이나 검은 솜바지저고리, 여자애들은 단발머리 치마저고리 차림들이었다.

해마다 3.1절날 이 노래가 울려퍼지면 그 평화스럽던 산골마을과 순진한 아이들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이제는 모두 중년이 됐으리라. 지금은 어디서 무얼하며 살고 있을까? 불현듯 그때가 그리워진다.

이종수(대구시 수성구 만촌1동 650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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