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47)

"내 좋은 말로 타이를 때 돌아가요. 시우는 내가 책임질테니. 이 밥장사 내언제까지 할런지 모르겠으나, 시우는 내가 장가 보내구 내가 한살림 차려줄테니 댁은 댁 일이나 열심히 해요. 시집을 갔는지 못갔는지 모르겠지만 댁장래 걱정도 많을텐데?"인희엄마가 목소리를 낮춘다.

"시우씨가 자기의 권리를 찾을 줄 모른다고 아주머니가 시우 임금을 안주고있는게 분명하군요. 제 말이 맞죠?"

"그만둘 때 다 쳐주면 될 것 아냐"

"정말 엿장사 마음대로시네"

"내가 엿장사냐?"

"아주머니하곤 말이 안되겠어요. 시우씨, 시우씨가 쓰는 방이 어디예요?"노경주가 갑자기 내게 묻는다. 나는 안방을 본다. 나는 거기서 주로 잠을 잔다. 캔디야, 숲으로 놀러가. 다람쥐랑 토끼랑 함께 놀아. 자, 어서 가제두.안방 텔레비젼에서 사내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

숟가락을 행주로 닦다 나는 골방쪽을 돌아본다. 내 방은 그 골방이다. 물컵의 개나리꽃을 그 방에다 두었다. 노경주가 주방쪽으로 돌아온다. 골방 방문을 연다. 골방은 두사람이 누우면 꽉 찬다. 골방은 늘 컴컴하다. 창이 없는방이다.

"아니, 이건… 여기다 사람을 재워요? 이 냉돌에다? 저 누더기 이불하며…마치 창고 같은 이런방에 사람을 재우다니!"

노경주가 비닐 방바닥에 손을 대어본다. 돌아보며 인희엄마에게 말한다.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다. 인희엄마도 마찬가지 표정이다. 인희엄마는 할 말이없는지 멍하니 서 있다.

"아주머닌 도대체 시우씨를 뭘루 취급해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을 해야겠어요. 아니, 장애자 학대죄가 벌이 더 커요. 그럼 아주머닌 처벌을 받을거예요. 벌금 정도가 아니라 체형 선고를 받게 될겁니다"

노경주가 말한다.

"내가 처벌을 받는다구? 날아가는 새가 다 웃겠다. 등신 바보를 먹여주고재워준다면 내가 표창이라도 받아야 해. 불우이웃을 돌보라며? 신문과 텔레비에 자원봉사운동을 벌인다고 요란하데. 내가 바로 그런일을 하고 있어. 작년 늦가을, 추위와 주림에 지쳐 식당 앞에 쓰러져 있는 쟤를 구해준게 누군데? 새벽에 내가 발견하고 데리고 들어왔어. 내가 아님 굶어 죽었을 게야.그런데 넌 정말 이상한 여자로군. 요즘도 골통 삐딱한 계집애들이 있다더니너가 바로 그런치 아냐? 너 뭐 그런거, 맞아, 운동권 출신 맞지? 대학도 중도에 집어치우고 공장에 들어가거나, 숨어서 김일성 부자 연구하며 찬양하는그런 애들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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