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부터 2년 간격으로 개인전을 열어온 서양화가 유재하씨(35)는 줄곧 카탈로그에 머릿말을 싣지 않았다.'작가론' '작품전에 부쳐' 라는 형식으로 실리는 그같은 글이 자신의작품을 어떤 무엇으로 규정짓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의미 확대를 반기지않는 심경도 많이 들어 있었다.
사실 그의 작품들은 딱 잘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비슷한 작업 경향을 몇년씩 고집하는-혹은 추구하는- 작가들과는 달리 그는 개인전 때마다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최근에는 끊어진 몇개의 단면을 모은 듯한 중첩된 화면처리를 즐겨 한다. 94년 발표했던 '이동되어진 돌'은 마치 8개의 판자를 붙인 것처럼 보였다. 그는 또 콜라주기법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사진이나 찢어낸 한문고서에서 녹음기 뒷판 같은 것까지 화면에 등장시켰다. 단정한 화면구성에말하는 바를 비교적 뚜렷이 나타냈던 두번째 개인전이나 화면이 난삽했다고스스로 평하는 세번째 전시회와는 또다른 분위기가 요즘 작업에 두드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관되게 흐르는 무엇인가를 굳이 집어내자면 유년기적 의식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두번째 개인전에서부터 유별나게 드러나 보이는 이러한 정서는 어린 시절 뚜렷한 이유없이 느끼곤 했던 외로움이나 막막함 등을 주조로 한다.
"나를 표현한다는 지금까지의 작업자세는 변함이 없습니다. 나타내려는 대상인 나 자신의 관심이나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 소재나 주제가 다양한 것이지요. 다만 앞으로 작업형식에 있어서 회화에만 얽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경북대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지금까지 현대미술계열의 그림경향을보인 탓에, 따진다면 서양화가인 그는 그러나 이같은 구분을 무척 싫어한다.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장르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태도다. 하나의 색, 하나의조형, 하나의 아름다움에 머문다면 이미 다원화된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그는 관심과 의식을 어디에 두고 무엇을 보여줄지 철공소 2층에 마련한 화실에서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이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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