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재외대사관은 대한민국과는 관련없는 기관인가. 우리 외교의 미·일양대주축 가운데 한쪽을 짊어지고 있는 주일대사관의 구시대적 행태들을 보면, 국민의 귀중한 혈세가 어떻게 낭비되고 있는지 개탄스러워진다는 지적이다.주일대사관에는 이번주부터 자리가 하나뿐인 경제담당공사가 2명이 됐다. 새공사로 발령이 난 ㄱ씨가 지난주말 부임했음에도 전임자가 신임지로 가지않고 버티고 앉아있기 때문이다. 이미 신임장관의 '음덕'으로 외무부본부 국제경제국장에 내정된 전임 ㅇ씨가 개인적으로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부임을멀찌감치 4월말로 잡고있다는 것이다.
그는 본부 국장자리의 중책을 생각하면 당장 부임해야 하지만, 올해 명문 ㅍ공대에 합격한 아들의 특례입학 자격을 채우기 위해서는 2년이 채 안된 일본을 지금 떠나면 안되는 딱한 사정에 처해있다. 보다못한 다른 공사가 '한마리 토끼만 잡으라'고 충고해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외무부본부의 높은 분이 '두달의 공백'을 그냥 눈감아 주기로 양해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구시대적 양태의 예는 또 있다. 주일대사관에는 다른데서 볼 수 없는 공사자리가 하나 더 있다. 일컬어 '공보공사'다. 과거 외국언론들의 비난이 거세던시절, 독재정권들의 '정권홍보'를 위해 주미대사관과 함께 설치된 것이 바로공보공사였다.
그러나 서울 '높은 분'들의 연락에 의해 이곳에 들르는 각계인사들의 뒷바라지에 바쁘고, 가끔 주재원들과 골프를 즐기면서, 이른바 몇몇 '유력'언론사접대에 바빠 대사관원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주일대사관에는 공보관이 4명이나 된다. 그중 수석공보관은 공사와 직급이같아 업무의 효율적인 관장도 되지 않는다. 가끔 공사와 수석공보관 간에 말다툼이 있었고, 결재문제등으로 항상 신경전을 벌인다는 얘기도 들린다. 관리관(1급) 혹은 이사관(2급)인 공사 한자리를 유지하는데는, 국민의 피와 땀이 배어있는 국고가 연간 수억원씩 소요된다.
그런데 엄청난 역조에 허덕이는 우리의 주일대사관이 일본 첨단기술 파악에나섰다는 등의 얘기는 몇년동안 한번도 들을 수 없었다. 근간 대사관이 파악한 자료들은 '거의 일본의 신문을 베낀 것에 불과하다'는 한심스런 지적도관계자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주일대사관의 '방황'은 여건불비등 여러 이유가 없는게 아니다. 실무를 담당할 사무관·서기관은 수명에 불과하고, 위인설관에 불과한 고위직이나 참사관등 복잡한 직책이 수십명에 달할 정도로 '역피라미드식'인 대사관의 인적구성 자체도 뜯어고쳐야 할 큰 병폐다. 더욱이 그들 고위직들이 자리만 지키고 앉아 외국생활 즐기기에 바쁘고, 손님접대와 체면치레에 한눈을 팔거나본부의 인사동향에나 귀를 세우고, 사적인 일에 매달려 본분을 소홀히 하는'사명망각'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개혁의 바람은 재외공관에도 힘차게 불어야 한다. 〈도쿄 김종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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