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엄마일기-냉이를캐며

아파트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살이 한결 따사롭다. 겨우내 묵은 공기가 한아름씩 창문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며 봄을 느낀다.일요일 아침 성당을 갔다오다 어느새 길가에 나있는 연두빛 어린 풀잎을 보고 문득 봄나물을 캐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른 점심을 먹고 남편, 두아이와 함께 대구를 잠시 벗어나 가까운 시골로 갔다.

작년에 한번 와본 곳이라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냉이가 있을만한 밭을 찾아다녔다. 신발 여기저기 진흙을 잔뜩 묻혀 가며 냉이를 찾던 남편이 멋진 곳을 찾아냈다. 파릇한 냉이가 온 밭을 깔고 앉은 냉이밭이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네식구가 냉이를 캐러 다녔지만 매번 남편은 냉이를 잘 몰라 풀을캐와서는 묻곤하더니 이번엔 냉이만 골라서 잘도 캤다.

아이들도 한살을 더 먹어서인지 보채지도 않고 아빠 엄마가 캐놓은 냉이를흙을 털어 봉지에 담고는 '아빠가 많이 캤다' '아니야 엄마가 많이 캤어'하면서 저희들끼리 냉이봉지를 견주어보며 재미있어했다.

오랜만에 구수한 흙냄새며 싱싱한 냉이의 향내를 맡으니 참으로 자연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생활로 심신이 지쳐있을때 우리가 찾아 가는 곳은 결국 자연의 품속이 아닐까. 언제든지 우리를 반겨주는 산과 바다, 들…다음 세대의 사람들도 자연속에서 이런 맑은 기분을 되찾아갈 수 있도록 자연을 아끼고 소중히 가꾸어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느낀 하루였다.주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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