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60

제3장 강은 어디서 시작되나 ⑫미미가 풀밭으로 뛰어간다. 미미의 핸드백이 출렁거린다. 미미가 뒤돌아보며손짓한다. 나에게 빨리 오라는 손짓 같다. 미미와 헌규의 거리가 좁아진다.헌규가 미미의 코트자락을 나꿔챈다. 미미가 내 쪽을 보며 소리친다. 나는차문을 민다. 열리지 않는다. 이것저것 당겨본다. 그래도 문이 안 열린다.헌규가 미미에게 무슨 말을 한다. 미미가 대꾸한다. 둘이 잠시 실랑리를 벌인다.

"시우야. 시우, 빨리 와!"

미미가 외친다. 헌규가 미미를 껴안는다. 미미가 풀밭에 쓰러진다. 넘어진미미위로 헌규의 흰 점퍼가 포개진다. 미미의 두 다리가 버둥댄다. 헌규가미미 가랑이 사이로 파고든다. 미미의 두다리가 하늘로 쳐들려 덜렁댄다. 워커형 검정 구두가 허공을 찬다. 인희엄마와 그 짓이 떠오른다. 인희엄마는내 아래서 곧잘 다리를 쳐들었다. 나는 다시 문을 열려한다. 도무지 문이 열리지 않는다. 앞자리 쪽 문을 본다. 운전수 쪽 문이 조금 열려있다. 앞자리로 건너간다. 나는 가까스로 바깥에 나선다.

"시, 시우야!"

미미가 숨가쁘게 고함친다. 나는 헌규를 때려주고 싶다. 기요나 짱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식구들은 싸움에 겁이 없었다. 식구들은 양말사이에 회칼을 꽂고 다녔다. 낚시꾼 둘이 뒤쪽을 돌아본다. 자리를 뜨지는 않는다. 힐끗거리며 구경만 한다. 미미가 어쨌는지, 헌규가 나동그라진다. 미미가 핸드백으로헌규를 내리친다. 미미가 운동모를 주워 쓴다. 손등으로 입술을 닦는다."나쁜자식, 너 개버릇을 내 모를줄 알구? 그래서 내가 시우를 데려온 거야.별것 아니지만, 너한테 주고 싶진 않아. 빼앗기긴 더욱 자존심 상하구. 개자식!"

미미가 핸드백으로 다시 헌규를 때린다. 헌규가 풀밭에 떨어진 안경을 찾아낀다. 그가 비실거리며 일어난다. 나를 본다. 나는 떨고 서있다. 헌규가 이빨을 앙다문다.

"너 임마, 차에 있으라 했잖아. 아무리 골 볐어두 그 말을 못 알아들어?"갑자기 헌규의 주먹이 날아든다. 코와 왼쪽 뺨이 화끈하다. 나는 꼿꼿이 서있다. -부동자세로 차렷! 이빨 나가기 전에 앙다물고. 주먹을 피하는 놈은다섯배다. 샌드백 알지? 맞으면 금방 원위치로 돌아와야 해. 슬리퍼 공장 감독 조씨가 말했다. 그는 육군 중사 출신이었다. 그가 주먹으로 턱을 칠 때,쓰러지는 멍충이는 없었다. 쓰러지면 그때부턴 몽둥이질이었다. 그때부터,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늘 꼿꼿이 서서, 원위치에 있었다.

"제법인데?"

헌규가 주먹으로 내 배를 세게 친다. 나는 아픔을 참는다. 원위치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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