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외교 과대포장**유럽 6개국 순방길에 나섰던 김영삼대통령이 어제 귀국했다. 출발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던 '가뭄'과 '정국불안'은 예상대로 정당공천 배제문제로 '억류'와 '강제해산'소동으로 끝을 냈으니 "내가 올때까지 집 잘보고 있어라"는가부장적 당부는 한갓 기우였으며 희망사항이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김대통령의 정상외교는 매우 유익했고 생산적이었으며 바쁜 만큼 성과도 컸었다.김대통령을 수행한 모든 언론들은 유럽 7개도시를 돌면서 '세일즈외교의 총력전'이란 표현으로 극찬했고, 신문지면마다 TV화면마다 정상외교의 현장을생생하고 자랑스럽게 비췄다. 이번 순방의 목표를 요약하면 △EU와의 협력증진 △북핵해결및 북미합의 이행 △유엔안보의 비상임이사국 진출의 발판 △2002년 월드컵축구 한국유치로비등이다.
그러나 귀국 보따리를 선물꾸러미 풀듯 열어보면 언론들이 침마르게 떠들던대로 성과는 '가능성'이란 포장지에 싸여 있었을뿐 어느것 하나 꼭 집어 '이거다'할게 없었다. 그것은 마치 아더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이란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늙은 외판원 윌리 로먼의 필사적인 외판 노력을무대를 통해 보는것 같아 그것이 안쓰러웠다.
**탈리오법칙 말했어야**
김대통령의 순방중에 뭔가 미진하고 울화통이 치밀어오른 부분을 솔직하게지적하고자 한다. 그것은 프랑스에 대한 외규장각도서 반환문제다. 세계적추세도 그러하지만 프랑스정부가 우리의 약탈문화재를 조건없이 반환해야 한다는 것은 발설하면 부끄러운 윤리에 관한 문제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책을 찾는 일은 우리 선조의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는 일이다. 그런데 그자존심을 되찾는 과정에서 다시 또 체면이 손상당한다면 대를 이은 수모는결국 앙심으로 남게 되는 법이다.
김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예를 갖춘 반환청구에 프랑스측은 응당 문화대국다운 면모와 예의를 보여 줬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지 못했다. 국내법을 들먹였다. 등가등량의 우리 고서를 담보하라 했다. 미테랑대통령도 TGV고속전철의 건설권을 따기위해 우리나라에 와서 보여줬던 아부에 가까운 겸양은 간곳없고 다음 정권으로 이월시킬 뜻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우리 대통령도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라는 탈리오의 법칙대로 분명한 어조로 말했어야 했다. "잃어버린 책도 TGV이상으로 귀하고 중하다"라고. 미테랑대통령은 지난번 한국방문시 약탈문서중 책한권을 달랑 들고와서 큰 공사를 따갔다. 그런데 김대통령은 왜 윗대 어른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조상들의 문서를 찾아오지 못하는가. 우린 그것이 안타깝고 불쾌하다.
**약탈문화재 반환추세**
고대문명을 꽃피운 터키·이집트·독일등은 요즘 유출문화재 되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최근 러시아는 그동안 숨겨왔던 유럽명화 63점을 모스크바 푸슈킨미술박물관에 버젓이 전시하고 있다. 엘 그레코의 '세례자 요한', 고야의 '카니발', 오노레 도미에의 '계단에서 빨래하는 여인'을 비롯 마네·드가·르누아르의 명화들이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45년 구소련군 빅토르 발딘대위가 베를린의 한 가정집에서 발견, 유출시킨 고흐·드가·고야·렘브란트·르누아르등 세계적 명화 3백64점을 원소유주인 독일에 반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2차대전당시 나치 독일군의 진주로 수많은 건축물과 박물관및 미술품들이 파괴되고 훼손됐다. 그래서 러시아 국민들은 이미 반출된독일 문화재는 러시아 땅에 배상의 대가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있다. 그러나 러시아당국은 이를 묵살하고 약탈문화재의 제자리 찾아주기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러시아 문화수준이 프랑스를 능가하는 멋진 결단이다.이번 김대통령의 유럽순방은 우리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과시했을뿐 아니라많은 가능성을 큰 소쿠리에 가득 담아 온 것임엔 틀림없다.그러나 단 한가지 대프랑스외교에서 '잃어버린 문서'와 'TGV'를 연계시켜 말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온 것은 정말 섭섭하다. 진정한 세일즈맨은 서명날인된 계약서를 믿을뿐 내일의 약속은 믿지 않는데도 말이다.〈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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