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현장 변화의 물결 다시서는 상아탑(3)-학생선발

계명대는 96학년도부터 경북도내 시군별로 1명씩의 농어촌학생들을 의과대에특별전형키로 하고 교육부와 협의중이다. 대학발전을 위해 잠재력과 개성이특출한 농어촌출신 청년들을 특별대우함으로써 지역과 대학간의 연대감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종전에는 생각도 못할 학생선발 방안이다.대학이 인재배출의 책임을 지고있으면서도 대학에서 가르칠 학생선발권이 대학에 없었던 것이 최근까지의 우리나라 대입제도였었다. 정부가 제시하는 잣대에 따라 성적순으로 줄서기를 했던 획일적 입시제도였었다. 그것이 학력고사든, 수능시험이든, 또 그런 국가주관의 시험들이 형식과 출제내용등을 어떻게 변화시켰든 수험생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정범모 한림대총장은 지난해 7월 덕유산에서 열린 전국대학총장 세미나에서'대학입시제도의 개선'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대학입학 전형방법은 완전히대학자율에 맡길 것, 대학은 전인적 평가에 의해 선발할 것, 교육부는 지원과 부정의 감독을 맡을 것"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총장은 마지막으로 "입시준비교육은 한국교육의 근본악"이라 규정하고 "입시준비교육의 지양책은대입제도뿐 아니라 종합적 접근으로 입안을 시도할 것"을 제안했었다.이제 대입전형제도가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있다. 무엇보다 획일적 잣대를 대학이 거부할수 있게된 때문이다.

95학년도 입시에서의 두드러진 특징중 하나는 특차제도의 확대실시였다. 경북대를 비롯한 영남대, 계명대, 효성여대등 대구권 대학들도 부분적으로 특차제도를 실시함으로써 그들이 요구하는 신입생들을 일부 선발했다. 비록 요구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특차제도의 특성을 대학이 최대한이용했다는 자랑이다.

지원자격을 수능과 내신성적으로 제한하는 특차는 학과마다 소신파 상위권수험생들을 미리확보할수 있는 제도로 대구권 대학들은 사실 대부분의 학과들이 정원에 미달됐고 지원자가 단 1명도 없는 학과도 수두룩했었다. 그럼에도 의예과를 비롯 경북대의 행정학과 영남대의 건축공학과 등 일부과에는 수험생들이 몰려들었고 대학은 그들이 원하는 신입생을 극소수나마 확보할 수있었다는 것이다.

대입에서의 본고사 실시여부를 대학자체가 결정할 수 있게 된것이 무엇보다입시의 큰 변혁이다. 94학년도부터 14년만에 부활된 본고사는 95학년도엔 경북대를 비롯한 영남대, 계명대, 효성여대등 지역대학들도 대거 선택해 수험생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수능시험과 내신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비해 본고사라는 또 하나의 변별력을 가짐으로써 대학의 입시제도가 그만큼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본고사의 과목이나 과목별 배점, 총점중 본고사의 비중까지도대학자율에 맡김으로써 학생선발이 조금씩은 대학에 돌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입시에서의 대학자율성 확대는 같은 수능성적이라도 대학과 학과에 따라 달리 점수가 적용됐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영남대는 95학년도 입시에서 인문사회계열및 자연계열은 수능시험의 외국어영역(영어)성적을 20% 가산해 수험생 개인별 성적을 산출했다. 또 계명대도 인문 사회계열은 외국어(영어)점수에 1백%의 가산점을, 자연계열은 탐구(Ⅰ)과 외국어영역(영어)에 각 1백%의가중치를 주었다.

이들의 이같은 가중치적용은 대학별 특성에 맞춰 신입생을 선발하려는 작은몸짓이고 이것들이 하나씩 대입제도를 변화해가는 초석이 될것이다.대학입시에서의 교육부의 획일적 통제는 대학교육,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교육을 파행으로 몰아가는 대표적 악습으로 지적돼 왔었다. 지금도 '내신성적을 40%이상 반영하라' '특차는 40%이내로 하라'는등의 지시를 하고있다. 그러나 조금씩은 바꾸어가고 있는것이 우리의 대입제도이고 종래는 그것이 대학자율에 맡겨질 날이 올것으로 믿는다.

지난해 12월 신입생모집 홍보차 대구에 들른 김종량 한양대총장은 "시험성적만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우리의 입시제도는 더욱 다양화돼야한다"며 대학들이 앞장서서 입시제도를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우리는 흔히 대입제도개선을 얘기할 때 하바드대학을 곧잘 들먹인다. 지원자는 신상자료외에도 추천서, 자서전, 간단한 논문, 기타 자신을 선전할수 있는 자료들을 소책자로 만들어 제출한다. 대학은 이를 분석해 지원자의 학력,과외활동정도, 스포츠수준, 여기에다 지도력과 사회봉사경력, 창의력, 책임감, 인간미등 인물됨됨이를 6단계로 나눠 평점해 합격자를 사정하는 것이 하버드식이다.

대학입시로 신입생을 선발하는것은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것이나 같고 신부를 맞아들이는 것과 같다. 성적순만의 획일적 방법이 아닌 다양성이요구되고 전인적이어야 하는 까닭이다.

임종국경북대교무처장(독문학)은 "우리의 대학들이 대학마다 나름의 기준을정하고 또 그 기준에 맞는 신입생을 선발하기까지에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사회의 의식수준이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당장 입시제도를 미국이나 독일식으로 바꾼다는것은 상상할 수 없지만 대학의자율성과 대학별 다양성을 하나씩 구체화시켜가고 있는것이 우리나라 대입제도이다. 〈이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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