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64)

**제3장 강은 어디서 시작되나(16)나는 손가락으로 흙을 판다. 쑥을 뿌리째 뽑아낸다. 쑥향기를 맡는다. 된장을 푼 쑥국도 향기가 있다. 콩나물국은 그렇지 않다. 배추국도 그렇지 않다. 쑥국이 먹고 싶다. 쑥을 뜯어가면 쑥국을 끓일 수 있다. 인희엄마가 좋아할 것 같다. 나는 주위의 쑥을 뜯는다. 금방 한 주먹이 된다. 담을 데가없다. 광주리나 비닐봉지를 찾는다. 나는 비닐봉지를 줏으려 다닌다. 바람에날리는 라면봉지를 본다. 나는 비탈로 뛰어간다·"시우야, 가자. 저기 무슨식당이 있을 것 같애"

미미가 말한다. 일어나 걷는다. 나는 라면봉지 쫓기를 포기한다. 미미 뒤를따른다. 손에 쥔 쑥을 주머니에 넣는다. 운동모 아래 미미의 긴 머리채가 바람에 날린다.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날릴때, 거기에 바람이 있다. 나뭇가지가 떨 때, 잎새가 흔들릴때도 바람이 있다.

노경주와 잠을 잤던 그런 집이다. 일층은 식당이다. 이층부터 사층까지는 여관이다. 나들이 나온 두 패가 식사를 하고 있다. 등심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다.

"나 냉면 먹을래. 넌?"

나는 가만 있다. 돈이 없다. 식당으로 돌아가면 밥을 먹을 수 있다. 물냉면둘, 하고 미미가 종업원에게 말한다. 종업원은 내가 아니다. 나는 손님이다.종업원은 나를 닮지 않았다. 아담한 키에 머리카락을 볶았다. 미미가 물수건을 달라고 종업원에게 말한다.

"코피 묻었어. 닦아"

미미가 물수건을 내게 준다. 나는 코피를 닦는다. 왼쪽 윗잇몸이 부풀어 있다.

"지겨워. 자극이 없어. 시우 넌 무슨 재미로 사니?"

나는 대답을 못한다. 나는 탁자를 내려다 본다. 사는 재미는, 그냥 사는 것이다. 모두 그냥 산다. 먹고 일하고 자고, 이튿날 해 뜨면 또 먹고 일한다.인희엄마는 그 짓 재미로 산다고 했다. 그 짓은 즐겁다. 하지 않을 때는 잊어버린다. 안해도 그만이다. 밥을 먹을때는 즐겁다. 밥 먹는 재미로 산다고미미에게 말해주고 싶다.

-시우야, 제발 반찬도 먹고 밥을 먹어. 넌 왜 반찬 먹을 줄을 모르니. 반찬을 꼭 밥에 얹어줘야 먹니? 맨밥을 먹으면 싱겁지가 않아. 엄마가, 할머니도자주 그런 말을 했다. 나는 늘 밥만 열심히 퍼먹었다. 다른 사람들은 왜 두가지, 세 가지를 함께 먹는지 몰랐다. 할머니는 내게 한가지만 먹게 만들어주었다. 밥에 간장을 한 숟가락 부었다. 참기름을 한 숟가락 부었다. 볶은깨를 한 숟가락 부었다. 어떤땐 달걀을 깨어 밥에 풀었다. 그것을 고루 섞었다. 나는 그 밥만 먹으면 되었다. 참기름 냄새, 깨 냄새가 고소했다. 시애가, 자기도 그렇게 해달라고 말했다. 넌 김치를 잘 먹잖니. 엄마가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