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WTO총장' 무산위기 후속대책 착수

김철수 통상대사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진출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빠지자 정부는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김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은 지역대항전의 성격을 지닌 이번 경선에서 당초 멕시코의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대통령을 밀었던 미국이 막판에 유럽연합(EU)측의 레나토 루지에로 전이탈리아 통상장관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살리나스 후보가 중도사퇴한 후 사무총장 선출기한(15일)을 맞아서도독자적으로 제3의 후보를 천거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김, 루지에로 두후보 가운데 누구를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지 않았었다.그러나 피터 서덜랜드 의장대행이 10일간만 더 임무를 계속키로 한 합의가나오자 미국이 그동안 물밑으로 추진해온 '대안'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나 미국의 저널 오브 커머스지의 보도는 미국측이 새총장의 임기를 1~2년간 줄이고 차기 총장은 비유럽지역에서 선출한다는 조건을 달고루지에로 후보를 지지키로 했다는 것.

리언 브리튼 EU통상위원장은 15일 미국의 미키 캔터 무역대표와 전화로 이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져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자리에서 미국측 입장이 전달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외적으로 우리정부는 김후보의 사퇴 가능성을 아직은 부인하고 있다. 또사무총장 선출이 전체 회원국의 '컨센서스'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김후보가빨리 입장을 발표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지난 14일 제네바에서 열린 17개 핵심그룹 대사들의 모임에서 집계된살리나스 사퇴이후의 새로운 득표판도에서 살리나스 후보가 1차 득표집계때얻은 28표가 예상보다 적게 김후보에게 넘어온 것.

EU측은 루지에로와 김후보의 확실한 표차를 강조하면서 미국이 나서 한국정부에 김후보의 사퇴를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은 그같은 요청이나루지에로를 지지하겠다는 최종적인 입장을 아직은 우리정부에통보하지 않은 상태.

그러나 내부적으로 정부는 김후보가 사퇴할 상황의 대비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있다.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미국이 EU와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경우 우리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나 미국은 한국과 협의절차를 거칠 수 밖에 없고원만한 해결을위해 우리정부의 희망사항을 청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정부가 가장 바라는 방안은 김후보가 사무총장 임기를 부분적으로 나누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고 차선책으로 김후보의 동의를 얻어 사무차장에 진출시키는 것 등이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EU측의 기세로 볼 때 임기 분할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파악이 되고있으며 보다 현실성을 지닌 사무차장 진출방안도 현재 3명의 사무차장중 한사람을 사퇴시키거나 새로 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우리가 먼저 김후보 사퇴와 그에따른 반대급부를 제안하는 것은 교섭기술상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적절한 시점에 가서 한국측이 검토중인 제안을 놓고 적극적으로 협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사무총장 경선에서 미국이 전통적인 우방국인 한국의 김후보를 지지하지않는 것은 이번 경선이 '지역대항전'이라는 요인 외에 WTO 출범과정에서한국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지 않았고 미국의 가장 강력한 통상 라이벌국인일본이 한국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나선 점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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