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북반발 흔들리는 핵합의〉

북한과 미국은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경수로 노형을 선정하는 제3차 전문가회담을 갖지만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회의에 앞서 현지에 도착한 김정우 북한단장은 베를린 쉐네셀트공항에서 도착성명을 통해 "한국형 경수로는 이번협상에서 논의의 대상조차 될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함으로써 협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회의의 결과를 발설하는 성급함을 보였다.김은 "이번 협상을 미국이 실제로 제네바 합의문이행에 관심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것"이라며 적반하장식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그는 또 "이번 협상의 진전은 경수로형 선정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달려 있으며 그것이 오는 4월21일에 있을 제네바합의문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최근 한·미당국은 협정체결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북한의 한국형 경수로 수용불가 방침은 변동이 없고 실제로 한국형외엔 다른 대안이 없어 의견접근을 보지 못한채 유엔 제재조치가 새삼스럽게 거론되기까지 했다. 그래서 한·미양국은 중국이 북한과 접촉, 한국형 경수로를 수용토록 권유해 줄것을 요청했고 중국도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중국의 권유는 끝내 북한의 반발에 직면, 무위에 그쳤고 오히려 양국사이에는 냉기류만 감돌게 됐다. 중국은 지난번 북한이 핵연료봉 독자교체를선언했을때나 대북 유엔제재조치 초안이 회람되는 긴박한 순간에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돌아 앉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번에도 중국은 협상카드를 남용하여 자칫 판을 깰까봐 명분을 살리면서 한국형 원자로를 받아 들이도록 종용했었다.

여느때와는 달리 북한의 거부는 의외로 강했다. 북한은 "한·미양국이 경수로문제를 빌미로 북한을 곤경으로 몰고 있으며 궁극적으론 체제붕괴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의 대북 경제원조는 날로 줄고 있으나 한·중관계는 급속으로 가까워 지는 것도 불만요인의 하나라는 것이다. 중국도 북한과의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하자 요즘은 '선혈로 응결된 혈맹'이란 용어는피하는 대신 '선린관계'로 대체하는등 냉각기로 접어들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이 못마땅하고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미국과 일본이 마음대로 요리되지 않아 앙탈을 부리고 있다. 이럴때는 제풀에 제 스스로가 꺾이도록 하는 것이 묘방이다. 주변에 있는 모든 나라들이 잠시 냉각기를 갖고지켜 보는 것도 오히려 사태를 수습하는 길이 될 것이다.

가장 중심적 입장에 있는 미국은 최근 상원 외교위를 통과한 대북한 결의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대북정책에 접목시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상·하원 양원이 채택한 결의안의 초점은 "실질적 남북대화가 미·북합의 이행에 필수적 조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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