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몸이 물 위에 뜬다. 다시 가라 앉는다. 헬리콥터에서 밧줄이 내려온다. 금발 여자가 매달린다. 여전히 돈가방은 들고 있다. 재판받는 장면이 나온다. 금발 여자가 뭐라고 말한다. 변호사가 뭐라고 설명한다. 나도 재판받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식구들과 함께 갔다. 또식이형과 칼치가 앞줄에앉아 있었다. 둘은 솜바지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둘은 우리 업소 식구였다.기요와 짱구가 생각난다. 둘도 재판을 받을 것이다. 재판이 끝난다. 변호사가 금발 여자에게 간다. 악수를 하며 웃는다. 파티 장면이 나온다. 금발 여자는 보석 달린 검정 드레스를 입고 있다. 소매가 없고 가슴이 깊에 패인 옷이다. 여자가 상패를 받는다.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남자들이 여자를 둘러싼다. 여자가 손을 내민다. 모두들 그 손등에 공손히 입을 맞춘다. 극장 안이 환해진다. 화면이 사라진다. 관객들이 모두 일어선다."독한 여자야. 증권회사 턴 돈을 반납했지만 남자 은닉재산을 그 수법으로가로채다니. 매력있어"
앞자리 젊은 사내가 말한다. 그 옆의 계집애가 젊은 사내의 손을 잡고 나간다. 미미가 내 무릎위 점퍼를 걷어간다.
"자크 채워"
미미가 말한다. 내 청바지 지퍼가 열려 내복이 보인다. 나는 급히 지퍼를 올린다. 우리는 극장을 나선다. 어느새 밤이다. 거리가 환하다. 네온등이 반짝인다. 통행인이 부쩍 늘었다. 젊은애들이 밀려다닌다. 앰프의 음악 소리, 호객 소리가 시끄럽다. 끓이고, 볶는 음식 냄새가 난다. 배가 고프다. 물냉면은 양이 너무 적었다. 나는 빨리 식당으로 가고 싶다. 나 가야 해, 하는 말이 입술에 맴돈다.
"날 따라와"
미미가 말한다. 나는 그자리에 서 있다. 미미가 내 팔을 끈다."인희엄마가 걱정되니? 걱정마, 오늘은 쉬는 날이니깐. 문 잠그면 꽃집에서자도 돼. 시우 너 꽃 좋아하잖니. 안락의자에서 자. 뒤로 제끼면 침대가 되니깐."
나는 꽃집 안에서 자고 싶다. 그 많은 꽃 속에서 나는 잔다. 꽃과 함께 잔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큰 온실을 짓고 싶어. 그런데 너무 산골이라시장성이 문제야. 정년퇴직을 하면 식물원을 열테야.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가 여러 종류의 꽃을 키웠다. 텃밭에 비닐하우스가 있었다. 겨울이면 화분들을 비닐하우스에 넣었다. 비닐하우스 안은 따뜻했다. 연탄불을 피웠다. 나는 그 비닐하우스에서 놀았다. 꽃을 보고 있으면, 꽃이 제 꽃말을 들려주었다.
"너 여기 꼼짝말구 있어"
미미가 말한다. 빠르게 어디론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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