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둑산책-조훈현 '동양증권배' 탈락

20~26일 소공동 롯데호텔 특설대국실에서 벌어진 제6기 '동양증권배' 준결승3번기에서 조훈현 9단이 중국대표 마효춘 9단에게 1승2패를 당해 탈락했다.준결승(4강)에 올라간 사람은 한국의 조훈현 9단, 일본의 야마시로(산성굉)9단, 그리고 중국의 섭위평 마효춘 9단. 여기서 조9단과 마9단, 섭9단과 야마시로 9단이 격돌한 것. 섭9단과 야마시로 9단의 대결에서는 섭9단이 지난 8강전에서 이창호를 꺾은 여세를 몰아 2승1패, 결승전을 중국인끼리의 잔치로만들었다.국내에서는 이창호에게 민망스러울 정도로 밀리고 있으나 세계무대에만 서면신들린 듯 펄펄 날며 연전연승하면서 이틀에 한 판이라는 살인적 강행군을하고 있는 조훈현을, 그러잖아도 바둑팬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고있던 중이었다. 저런식으로는 오래 못 버티지, 곧 지치고 말거야. 세계무대에서도 쓰러지고 말걸.더욱이 이번 시리즈에서는 조9단의 바둑내용이 좋지않았다는 것이 검토실 기사들의 중론이었다. 내용이 좋지 않았으므로 진것아니냐고 하면 할말은 없는 것이지만, 바둑의 전반적 흐름이 평소 조9단의바둑답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침내 조훈현도 졌구나'하는 동료기사들과 팬들의 표정속에 경악 당혹 충격 불안 등의 복잡한 느낌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보였던 까닭은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쉽게 말하자. 올 것이 온 것 아니냐. 최소한 올 것이 오고 있는 것의 한 징조 아니냐. 지난번 기성전 도전 7번기에서 사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풀세트 접전 끝에 결국 3승4패로 실패하고 말았쟎느냐. 그러나 기성전 도전 7번기에서는 이번 '동양증권배'준결승에서와는 달리 거의 매판 초·중반까지는 압도적으로 리드하다가 종반에 뒤집어진 바둑이 많았다. 승부의 내용으로는 거꾸로 조9단이 4승2패쯤으로 타이틀을 탈환해야 했다는 것이 바둑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그런데 졌으니 그 대미지는 보다 깊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번에 마효춘에게 진것도 사실은 그 후유증일 것이며 거기서 회복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동양증권배'에서 조훈현은 한국팀의 유일한 생존자였는데, 탈락하고 말았으니 이것은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우리 바둑계로서도좋지 않은 징조이다. 세계대회 석권, 국제대회 8연속 우승 등으로 절정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한국 바둑계이지만 바둑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불안한시각도 엄존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호황이 어디 한국 바둑계 전체의호황이냐, '4인방'의 호황이지. 그것도 94년 이후는 냉정히 말하자면 '4인방'의 호황도 아니고 조훈현 이창호 사제의 호황일 뿐이지 않은가.조훈현이 무너지면 이창호 혼자에게 우리 바둑계를 짊어지라고 할 수 있을것인가. 그동안 우리는 너무 조훈현 한 사람에게만 의지해 온 것이 아닐까.기우인지 모른다. 기우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진작에도 한번 얘기한 바 있지만 우리 바둑계의 호황이 거품 경제인지도 모른다는 의혹과 불안은 떨쳐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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