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휑뎅그렁하다. 네온불만 보일뿐 컴컴하다. 식당홀엔 등이 꺼져 있다.문을 잠그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나는 문을 열 수가 없다. 인희엄마가 겁난다. 꽃집 쇠막대 셔트를 흔들어 본다. 셔트를 위로 치켜본다. 꼼짝을 않는다. 아래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나는 식당 앞을 왔다갔다 한다. 꽃집 안도 들여다 본다. 꽃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꽃집 안엔 전기 히터를 켜둔다.늘 따뜻하다. 추우면 꽃이 빨리 시든다. 바람이 세차다. 부드러운 느낌이 없다. 밤들고 겨울바람으로 변했다. 배가 고프다. 물냉면은 밥이 아니었다. 식당문에 귀를 기울여 본다. 안에서 텔레비전 소리가 여리게 들린다. 쇼 프로의 노래소리다. 연변댁이라도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연변댁은 청요리집으로 갔을 터이다. 나는 식당과 꽃집 사이에 쪼그리고 앉는다. 두 손을 겨드랑에 꽂는다. 어깨와 목을 한껏 움추린다. 그래도 춥다. 점퍼를 머리 위로 뒤집어 쓴다. 발소리가 지나간다. 차소리가 지나간다."취했나 봐. 집을 가요"
누군가 말한다. 나는 꼼짝을 않는다. 턱이 떨린다. 봄인데 왜 이렇게 추운지모르겠다. 할머니는 꽃샘바람이라 춥다고 했다. 꽃샘바람에 거지 얼어 죽지.화롯불을 쬐며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아버지, 엄마, 시애 그 이름들을차례로 불러본다. 그렇게 부르면 눈물이 난다. 나는 소리내지 않고 운다. 슬리퍼 만드는 지하실에서도 그렇게 울었다. 부랑자수용소에서도, 멍텅구리배에서 울었다.-외로와서 울구나. 참지 말고 실컷 울어. 그러면 속이 후련해지지. 눈물로 먹는 밥, 그 밥의 진정한 의미를 알 날이 올거야. 그러나 시우넌…멍텅구리배에서, 강우형이 말했다. 나는 아슴아슴 잠에 빠져든다."너 시우 맞지?"
누가 내 어깨를 흔든다. 나는 점퍼에서 머리를 빼낸다. 인희엄마다. 사방이깜깜하다.
"문을 안 잠갔는데, 왜 들어오지 않구. 문 잠그려다 혹시나 해서 보니…"나는 일어선다. 오금이 저리다. 인희엄마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간다."미미년을 어떡하구? 밥이나 먹었니?"
인희엄마가 묻는다. 나는 홀에 우두커니 서 있다. 어느 방으로 가야 할는지모른다. 인희엄마가 홀에 형광등을 켠다.
"밥도 안먹었구나. 네 꼴이 그래. 내가 뭐랬니. 그런 썩은 년하군 놀지 말랬잖아. 너가 좋아 데리고 다니는 줄 아니? 널 이용해 먹는 게야. 천방지축도모르는게 가자면 좋다구 따라 나서구"
인희엄마가 혀를 찬다. 밥 먹으라며 보온밥통에서 밥을 푼다. 찬은 김치와깍두기다. 홀에서 나는 밥을 먹는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