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고3 학부모'나 '고3을 둔 죄인'이란 단어가 생긴지도 이미 오래다. 새벽같이 일어나 묵직한 도시락 2개를 싸들고 잠에서 덜 깬 아이를 채근하여 잽싸게 차를 몬다.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시작하는 자율학습에 늦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밤11시~자정까지의 고교 운동장은 문자 그대로 거대한 주차장이다. 버스는 이미 끊긴지 오래고 설혹 막차가 있다고 해도 하루종일 수험준비에 지친 자녀들을 만원버스에 시달리게 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칭 일류대학을 꿈꾸거나 예체능계에 보내기 위해선 이보다 더하다. 정규수업이 끝나기 바쁘게 이학원 저학원으로 아이들을 데려다 줘야하고 달리는 차안에서식사를 시켜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춘기 자녀의짜증과 투정을 웃는 낯으로 받아줘야 하고 다른곳에서 과외받는동안 방영되는 TV가정고교학습도 녹화해둬야 한다. 신문마다 경쟁적으로 출제해놓은 논술고사 문제지도 챙겨야 하는건 물론이다. "자식을 키우는지 공부하는 기계를 만드는지 알수가 없다"는 푸념을 하면 이미 학부모 경쟁에서 뒤지는 세상이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일부대학이 무시험 진학을 확대하고 사회봉사와 효행·품행이 단정한 고교생들을 특차로 선발하겠다는 발표를 잇따라하고 있다.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행여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 '사회봉사과외'나 '효행·품행과외'란 신종과외는 생기지 않을지우려가 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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