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죽이기' 신드롬

바늘로 코끼리 죽이는 방법 세 가지. 코끼리가 막 숨을 거둘 찰나에 바늘로콕 찌른다. 한번 콕 찔러 놓고 죽을때 까지 기다린다. 세번째가 죽을때 까지콕콕 찌른다. 어느 방법을 택하든 결론은 코끼리가 죽게돼 있다. 죽이는 쪽의 권리가 당당하게 보장돼 있다. 인구에 회자된지 오래된 우스갯소리지만코끼리와 바늘의 규모가 좋은 대비를 보인다. 아둔한 인간의 내면을 까발리는것도 같아 청량감 마저 준다. 바늘이 코끼리를 이길수 있다는 상쾌함. 많은 사람들은 어느덧 이런 농담에 익숙해 지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코끼리 죽이기

'죽이기'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죽여야 직성이 풀리는 세태속에 살고 있다.신문과 TV를 싹쓸이 하다시피 장식했던 어느 교수의 아비죽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푹 찌르면 된다. 고귀하다는 인간의목숨이 마치 인스턴트화된 상품처럼 가볍게 처리되는 순간이다. 세상에 이런일이 있을수 있느냐고 흥분하는 사람도 많기는 하지만 '아비를 죽일수 있는세태'쪽에 오히려 재미를 얹으려 드는 풍조도 만만찮다. 나의 경우가 아니면괜찮다는 심보가 도사려 있는 탓이다. 몸서리 쳐지는 일이지만 태연히 캔콜라 한 잔 마시는 기분으로 뉴스를 접한다. 생명의 인스턴트화에 치가 떨린다.

그런 죽음이 어떻게 해서 우리의 이웃까지 왔는지 말하는 사람 또한 많다.효험 1백%일것같은 처방이나 묘안도 백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쳇바퀴도는 말뿐이다. 교육이나 철학등의 부재 혹은 물질만능의 현실 아니면 마마보이 정도의 분석이 기껏이지만 괜한 헛수고다. 패륜적인 사건이 터지면 또앵무새처럼 지저귈게 뻔하다. 마치 교육받지 못하고 철학강의 들은 적 없거나 모든 마마보이는 살부심을 바탕에 깔고있는 것처럼 말이다.*생명의 인스턴트화

'마누라 죽이기'도 있다. 물론 지금 극장가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제목이다.제목치고는 비문화적인 분위기지만 결국 마누라는 죽이지 못한다. 마누라는코끼리와 다르기 때문에 죽이지 못하는지는 알수없지만 어떻든 귀가 솔깃한제목이다. 이 뿐인가. '남편을 죽이는 30가지 방법'이라는 연극도 있다. 아이러니컬한 명칭에서 관객들의 호기심은 자극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영화나연극제목이 그렇다고 해서가 아니라 이같은 '죽이기'뿌리가 어느틈에 세상속에 전류처럼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죽이기' 한가지만 더 보태라면 '김대중 죽이기'라는 책이다. 장안의 지가도올리는 중이다. 우리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행태에 근본적으로 문제가있다는 시각에서 언론을 깡통처럼 통쾌하게 우그려 놓고 있다. 지식인의 상품성도 가차없이 두들겼다. '김대중 신화'에 지레 겁먹어서인지 미리 문단속이 대단해 넓고 그 흔한 서평란에 아직 버젓이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알 사람은 다 아는 책이다.

모름지기 '죽이기'라야 인기와 주목을 받는 세상이다. 하찮은 직장에서도 동료를 짓밟고 깔아 뭉개야 출세하는 구조도 당연히 죽이기게임에 속한다. 선의의 경쟁이라는 미명아래 오늘도 많은 직장인들은 죽이기게임에 자신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기는 하지만 뾰족한 수 없이 지낼수밖에없다. 따지고 보면 이런게 바늘에 꼼짝없이 당하게 돼있는 코끼리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다.

*'죽이기'로 허송세월

앞으로 90일을 남겨둔 단체장 선거만해도 그렇다. 이미 '죽이기'는 곳곳에서터져 나오고 있다. 선거전이기에 당연한 것인지는 몰라도 벌써부터 너무 심하다. 이렇게 죽이다간 남아 도는게 없을것 같다. 세계화니 국제화를 부르짖는 마당에 '죽이기'로 허송세월해서야 될성부른 일인가. 마침내 '세계화 죽이기'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아니 그 전조는 이미 보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의 핵 사정이 남아있는한 그렇다는 말이다.

'아직 삶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정말 그래야 한다. 죽음을 몰라야 한다. 그런데 '죽이기'는 어떤 형태로든 나오고 있다. 정치에서부터 경제 사회 문화를 가리지 않는다. 지역도 가리지않는다. 이미 '죽이기 신드롬'에 우리는 너무 젖어있지나 않은지 한번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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