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민학교 2학년인 큰애 형윤이가 여섯살때였던가보다. '세림이동통신'이 뭐냐고 물은 것이. 아이는 모르는 글자를 그때마다 물어서 외우는 식으로저혼자 글을 깨쳤다. 게다가 책읽기를 유난히 좋아해 평소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터였다. 그저 제 새끼가 함함하기만한 고슴도치 엄마인 나는 아이의엉뚱한 질문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는 부끄러웠던지 자라목처럼 어깨를 오그리고 어쩔줄 몰라했다. 아차 싶어 대충 웃음을 거두고 궁금증을 풀어준 다음 내가 어렸을때 겪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국민학교 2학년때부터 1년넘게 버스통학을 했던 나는 집과 학교를 오가는 버스안에서 눈에 보이는 간판은 죄다 읽곤했다. 그러다 어떤 플래카드를 읽었나본데 그 뜻을 몰라 잊어먹지 않으려 애를 쓰며 집에 돌아와서는 숨넘어가는 소리로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어머니도 무슨 말인지 몰라 몇번이고되풀이하시더니 갑자기 앙천대소를하시는 것이었다. 좌우양쪽에 '경축' 한글자씩을 써놓고 가운데로 '반공 및 승공결의대회'인가하는 글이 씌어 있었던 모양인데 내가 엉뚱하게 '경반공 및승 공결의 대회축'으로 잘못 끊어 읽은탓이었다. 그후 30년이 다되는 가는 세월동안 아버지는 가끔 그 일을 회상하시곤 껄껄 웃으셨다.
갑자기 쓰러지신 바람에 삶을 못다 정리한 안타까움을 지닌채 이승의 마지막몇달간을 의식조차 없는채 어린애 같은 표정으로 누워계시던 아버지. 차타고지나가다 눈에들어오는 '세림이동통신'을 보면 내 아들 생각에 씩 웃다가 그옛날 딸애의 엉뚱한 질문에 껄껄 웃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목이 메인다.
윤금희씨(대구시 북구 관음동 서한맨션 102동 13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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