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 제3장 강은 어디서 시작되나>>

-3월중순 이맘때면 후투티가 북에서 내려오지. 학도요와 붉은발도요도 아우라지강을 거쳐가. 시우야. 저기 봐. 갈가마귀떼가 보이잖니. 이즈음이 갈가마귀와 떼까마귀의 번식기야. 강가 갈대밭에서 알을 낳아. 구새 먹은 나무구멍을 살펴보면 새알이 들어 있어. 그 알은 대체로 올빼미 알이야. 황조롱이·부엉이·매도 다 이른 봄에 산란을 하지. 아버지가 말했다."철새들도 고향이 있습네다. 고향을 찾아 먼 길을 떠납네다. 태어난 고향에서 최후를 맞으려구. 아버님도 허구한날 고향 땅을 그리다 돌아가셨습네다.5월에야 날아오는 제비만 봐두 남쪽 땅을 그리워했습네다. 울진 옥피천에 연어가 올라온다는 겨울철이면, 물고기도 태어난 곳을 찾아온다구 말씀하셨습네다. 저 남태평양에서 태어난 곳을 찾아 수만 리를 헤엄쳐 와서 옥피천 강물까지 거슬러 올라온다 했습네다. 기진하여 알을 낳고 그만 죽는다구. 그알이 부화하여 새끼연어가 되면 강을 따라 동해로 내려가 남태평양에서 성어(성어)가 된다 했습네다. 두만강에도 회귀(회귀)해 온 연어가 올라오지요.해란강 초입까지"연변댁이 말한다. 간절한 목소리다. 넋놓고 강을 바라본다. 김밥 먹기도 잊고 있다. 나도 강을 본다. 푸른 물줄기가 띠를 이루고 있다. 검은 깨 같은것이 강 위로 난다. 도요새거나 아니면 쇠기러기일는지 모른다. 너희들은 남으로 가니? 그래 우린 남쪽 더운 나라로. 우린 북으로 간단다. 거기도 이제봄이 올테니. 안녕. 잘가. 가을에 다시 만나. 나그네새들이 인사를 한다. 강물에 깃을 씻는다. 강이나 늪에서 배를 채운다. 고등·조개·물고기가 먹이이다. 떼를 지어 다시 먼 길을 떠난다.

"연변은 3월에도 눈이 온답니다. 거긴 아직도 추워요. 4월에 들어서야 해란강변 버드나무도 잎이 나지요. 아버님 고향은 울진이지만, 제 고향은 한국이아니예요. 맑디 맑은 백두산 물이 쏟아져 내리는 해란강 기슭입네다. 거기서내가 태어났고, 내가 자식을 낳구…"

연변댁이 혼잣말을 한다. 강을 보는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줌마, 백두산? 백두산은 우리나라 산이잖아?"

인희가 묻는다.

"총명도 하네. 그래. 조선땅 모든 산은 다 백두산에서 시작돼. 조선땅 모든강도 다 백두산 줄기에서 시작되구. 그래서 조선족은 백두산을 성산(성산)이라구 하지"

연변댁이 말한다.

-이 강을 따라 쭉 가면 너네 고향에 도착할 거야. 미미가 말했다. 나는 강을따라 걷고 싶다. 몇날 며칠을 부지런히 걸으면 아우라지강과 만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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