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문학 진영에서 주목받고 있는 두 소설가 김영현씨와 유시춘씨가 소설집'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와 '안개 너머 청진항'을 창작과 비평사에서동시에 출간, 90년대 들어 달라진 이 땅의 현실에 대한 고통스런 대안을 모색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80년대 리얼리즘 문학의 중심부에 있으면서 논쟁의 불을 지폈던 김씨의 이번소설집은 지난 시대의 도저했던 열정과 믿음과 사랑이 어딘가 균열돼 피로하고 혼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희망을 간직해야 하나 이젠 적의모습이 80년대와는 달리 자명한 타락과 선명성으로 다가오지 않는데서 오는현실에 당혹해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첫 장편 '풋사랑'(93년)이 진보의 희망이라는 강박감에 매몰돼 목적의식이 과잉노출되고 있는 반면 이번 작품집의 '해남 가는 길'은 이와 달리 미래지향적인 출구 모색을 하고 있다. 뿌리없는 불꽃과 뿌리있는 풀꽃의 비교를 통해 분노만으론 더 이상 소망의 성취를 이룰 수 없다는 인식, 분노의 불꽃에 구체적 현실의 '뿌리'를 달아야 한다는 경험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다. 그리고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타자에 대한 주장보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씨는 후기에서 "아직 자신과 타인과 역사에 대한 세가지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며 "탄식과 상처 대신 진보진영 문학의 한 기수로 탄탄하게 서고싶은 바람"을 피력하고 있다.
유시춘씨의 '안개 넘어 청진항'(창작과 비평사 펴냄)은 연작소설로 각 편마다 일정한 독자성을 가지면서 그것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제시함으로써 장편소설에 근접하고 있다. 이 작품의 핵심 인물은 비전향 장기수인 김노인으로그의 파란 많고 고난에 찬 삶이 조금씩 입장을 달리하는 여러 사람의 시선을통해 접근되고 있다. 유씨는 30년간의 지옥같은 고통의 시간이 남북한 정권의 정치적 음모와 무자비한 권력의지에 유린당한 역사의 '소모품'에 그칠 수밖에 없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유씨는 지친듯 하지만 역사의 침묵속에서도 정의의 삶에 대한 따뜻한 애정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씨는 해설에서 "체제에 영합해 세속적 이익과 안일을 추구하기보다고통과 희생의 현장으로 기꺼이 달려나가는 영혼들의 행렬은 끝없이 이어지며 깜박이는 희망의 빛"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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