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일수교협상재개 뒷얘기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일본 연립3당 대표단은 북한노동당과 '국교교섭 무조건 조기재개'에 합의, 빠르면 이달중 양측 정부간 교섭이 열릴 전망이다. 일본측이 구체적내용을 밝히지 않아 '보이지 않는 거래'등 비화는 알수 없지만, 일언론들이 보도한 일부 뒷얘기를 통해 협상의 단편을 엿본다.○…2박3일간의 체재중 북측은 일본 3당간의 교란 혹은 이간을 노린 술책을교묘히 전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팀이 도착한 28일 북측은 미리 준비한일정의 이틀째에 노동당과 일3당 대표간의 각기 별도회담을 갖도록 해놓았다. 또 공항에서 직행한 숙소이자 회담장인 백화원에서의 점심식사도 3당대표들이 별석으로 준비돼 있었다. 일측은 이를 '분단책'으로 간파, 식사는 별도로 했으나 노동당과의 개별회담은 거부했다는 것. 북측은 실무자회의에서도 사회당과 신당선구대표가 모르는 자민당과의 사전절충 문서를 내밀어 당황시키는등 특유의 이간전술을 썼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일3당은 자민당과신당선구가 물고 늘어지고 사회당이 달래는 식의 역할을 분담, '빈틈없는'팀워크구축에 힘썼다. …합의문을 놓고 최종순간까지 '말썽'이 된 것은 2개의 자구수정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양측간 이견이 큰 이른바 '3당선언'의 수식어와 관련, 일측은 당초 합의문안의 일본어문에는 없는 '역사적인'이라는 자구가 한글번역문에 들어있는 것을 30일 새벽1시경에야 발견, 부랴부랴 재협의를 요구했다. 일측 항의에 북측은 "원래 들어있던 것을 당신들이빠뜨렸다"고 주장, 결국 확대해석 없이 글자그대로 읽는다는 양해하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또 문제가 된 것은 재개될 국교교섭을 과거 8차까지와는 다른 성격으로 하려는 일측과, '계속성'을 강조한 북측의 신경전에서 비롯됐다는 것.일측은 이에따라 '제9차회담'의 앞에 '새로이'혹은 '다시 새롭게'등을 넣자고 주장했고, 북측은 '더욱'을 주장, 양측이 사전을 꺼내 입씨름을 벌인 끝에 '새로이'로 겨우 결착을 보았다는 것이다.

0…북한측의 강경태도로 회담이 난항을 거듭하자 일본측은 '결렬불사'를 공공연히 흘리는 작전을 썼다. 총단장인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전부총리는 협상이 벽에 부딪힌 29일저녁 도쿄의 자민당 가토 고이치(가등굉일)정조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가 안되면 결렬돼도 좋다"고, 도청을 의식해 일부러 큰소리로 말했다는 것. 그러나 일측대표들은 말로만 듣던 북한 특유의교묘하고 끈질긴 협상술에 "역시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토로하는등 지친 표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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