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돈으로 평양에 병원 건립

남한에서 출판된 종교서적이 김일성대학 도서관에 비치돼 있는가 하면 남한후원으로 마련된 소들이 북한의 목장에서 풀을 뜯고 있다. 오는 6월이면 남한지원금으로 평양에 병원이 건립되고 개원식에는 성금 기증자들이 참석할가능성도 있다.북한의 몇몇 병원에서는 역시 남한에서 보낸 성금으로 마련된 의료기재, 의학서적들이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고 북한 유학생들이 우리의 지원금으로 건립된 대학에서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또 이달중에는 지난 90년 5월에 이어두번째로 남한측이 지원한 곡물이 북한에 들어간다.

긴장과 불신만이 자리잡고 있는 듯한 남북관계에 비춰보면 이같은 대북지원사업사례들은 선뜻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지난 80년대 중반까지는 극소수의 해외교포들만이 고향을 방문할 수 있었으나 7·7선언을 계기로 80년대 후반부터 90년에 이르기까지만도 3천명에 가까운 해외교포들이 고향을 찾는 등 북한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지원사업이점차 활기를 띠게 됐던 것이다.

특히 방북 해외교포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했던 종교계 인사들은 적극적으로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시도했다.

오는 6월 완공될 평양 제3병원을 비롯, 평양 치과대학 및 치과병원, 원산과청진 등지의 병원설립도 이들 노력의 결실이었다.

이같은 지원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대부분 국내 종교계에서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법상 북한 지원사업에 직접 나설 수 없는 실정을 감안, 사업자금을 교포에게 전달했고 교포들은 이 자금으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지원 물품을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던 것이다.

'자금마련은 남한, 전달은 해외교포, 수혜자는 북한'인 삼각지원방식인 셈이다.

암암리에 이뤄져 왔던 이같은 대북지원사업은 올해 '분단·해방 50주년'을맞아 북한과의 화해·협력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추진되는 변화양상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선명회(회장 이윤구)는 지난 2월 북한에 20만~30만t 양곡 지원사업계획을 공개, 종전의 '비공개' 방침에서 '공개주의'로 선회했다. 이어 1차분으로옥수수 5백t지원은 성사단계에까지 추진시키는 데 성공했다.물론 북한측의 양해가 있었기 때문에 공개가 가능했지만 이같은 선명회의 방침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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